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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록 Aug 13. 2021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 호주

호주의 카페 문화에 대하여

스타벅스가 망한 나라 호주

 호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타벅스가 망한 나라이다. 지금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도시에는 스타벅스가 남아있긴 하지만, 호주의 로컬 사람들은 커피를 먹으러 스타벅스에 잘 가지 않는다. 이런 문화를 잘 몰랐던 탓에 처음 호주에 도착해서 어학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커피를 마시러 무조건 스타벅스를 찾았다. 한국에서 늘 먹던 커피였기에 실패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도 호주에서 스타벅스는 나 같은 외국인들이나 맛있는 음료를 먹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다. 막상 커피를 먹기 위해 가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곳 호주에는 잘 없다. 하물며 내가 사는 이 지역에는 스타벅스 점포가 없다. 처음 이 지역으로 오기 전에 '거긴 스타벅스가 없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지역을 이동하기 전 날 스타벅스에 가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텀블러와 작은 커피 팩을 샀다. 지금 돌이켜보면 호주에서 그게 얼마나 불필요한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브리즈번을 떠나기 전 샀던 텀블러


 커피를 무척 사랑하는 호주 사람들. 너무 신기하게도 작은 마을의 작은 상권에서도 카페는 줄을 지어 서있고, 주말이면 로컬 카페에는 앉을자리가 없을 만큼 가득 차 있는 곳이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밖에 나가면 길마다 있는 작은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를 내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바리스타들은 즐겁게 커피를 내리면서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다.


 나도 주말이 되면 그 분위기를 즐기려고  이곳저곳 카페를 다니게 되었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커피 맛집을 찾는 게 우선순위가 되었고, 호주 곳곳에 '인생 커피'라고 말할 수 있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카페들이 많이 있었다. 한국에서 나에게 커피는 잠을 깨우기 위해 시원하게 마시는 수단이었는데, 나도 어느샌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면서 그 맛을 즐기게 되었다. 후에 시드니 여행을 가서 오랜만에 스타벅스를 방문했다가 '내가 이 쓴 커피를 어떻게 먹었었지?' 한 적이 있다. 호주에서 맛있는 커피를 많이 먹다 보니 입맛이 까다로워졌나 보다.

시드니와 멜번에서 마셨던 커피


호주인들에게 카페란 '일상'이다


 처음 바리스타가 되고 주말에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신기했던 것이 오전 7시에 가게 문을 열고 커피머신을 세팅하자마자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주말 아침은 평일에 못 자서 부족한 잠을 늘어지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TV를 보다가 늦은 아침이나 점심을 먹는 것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마치 평일 아침처럼 부지런히 일어나서 카페에서 커피와 아침식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카페들이 4시에 영업이 끝나고 주말에는 2~3시에 문을 닫는 곳도 많다. 주말 저녁에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이 없다. 특히 일요일 저녁에는 번화가에 가도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평일은 잊자!'라는 마음으로 주말을 보내던 나와는 정말 다른 문화이다.


 바리스타로 매일 아침 카페에 출근하면 늘 같은 시간 같은 손님을 만난다. 그들이 무슨 커피를 주문할지 얘기하지 않아도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커피를 만든다. 매일 마시는 커피인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커피의 강도, 우유의 종류, 설탕의 종류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매일 보다 보니 손님의 이름과 그가 먹는 커피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이 된다.

 

호주 사람들에게 있어서 카페는 뗄 수 없는 곳이다. 매일 아침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평일에 바빠 보지 못하는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가지는 공간이다. 말 그대로 호주인들에게 카페는 '일상' 그 자체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 호주. 나는 이곳에서 바리스타가 되었고 매일 아침 그들에게 커피를 건넨다. 나의 작은 커피 한 잔에 "You made my day"라고 말해주는 손님들의 한마디가 큰 보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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