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당연함은 기적 속에 있어

"당연하지!"

by 하일

아끼는 이가 내 집으로 놀러 온 날이었다.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여 먼 거리를 움직인다는 게 수고로운 걸 알기에 괜스레 말을 꺼냈다.


나 ─ "오늘 와줘서 고마워"


그 ─ "당연한 거지!"


나 ─ "당연한 게 어딨어!"


그 ─ "그래?"


나 ─ "당연하지!"


내 말에 실소했다.


타인의 ‘당연함’에 감사를 더하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나의 ’당연함‘은 마치 무조건적인 것처럼 굴고 있는 모습.


우리는 그렇게 시시한 농담으로 2시간의 수고를 만끽했다.


사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들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었다. 그때의 상실감이 나로 하여금 모든 관계에 '유효기간'이라는 꼬리표를 붙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을 뒤져보다가 묵직한 울림이 머무르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연한 거지!'라는 그의 짧은 한마디가, 2시간의 수고를 가볍게 만들 만큼 우리의 연결이 견고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방문에 대한 '고마움'은 이내 '그가 나에게 당연한 행복'이라는 가장 확고한 선언처럼 다가왔다.


그 후 우리는 수다스러운 밤을 나누었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스산한 공기처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공간에 퍼져나가며 안온함을 남겨줬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관계는 어쩌면 가장 당연한 기적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기적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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