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별빛을 마주하며

홍대에서의 첫 버스킹

by 하일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버스킹을 마침내 하게 되었다.


몇 시간 전부터 설레던 마음이 공연 시간에 가까워지자, 긴장감이라는 행인을 데려왔다.


아주 적절한 정도의 상태였다.


음향 장비를 세팅하며 첫 곡을 마칠 때까지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어떻게 불렀는지도 무슨 말을 하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한 청년이 주먹을 자신의 가슴팍에 살포시 올려놓으며 내 노래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눈빛을 흘리고 있던 장면은 선명하다.


그렇게 다섯 번째 곡을 부를 즈음이 되어서야 마음속에는 작은 물결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여섯 번째 곡을 시작하기 전에 청중들에게 물었다.


"어제 무슨 날이었죠?"


"수능이요."


"혹시 수험생 있나요?"


수줍게 손을 든 소녀가 있었다. 눈빛에 담긴 천진난만함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까지 달려온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1등이 아닌 우리들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마치고 '달리기'를 부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마음이 움찔하기도 아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동시에 내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1부의 막바지가 되어 마지막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여러분들은 절절하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나요? 부모님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그 누구든요. 저 또한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고 사랑하고 있어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할 사람을 떠올리며 가사를 음미해 줬으면 합니다"


나름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우스운 말을 심심하게 던졌고, 1부의 마무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1절 후렴에 다다랐을 때 사고가 났다.


경미하게 시작된 사고가 점차 걷잡을 수 없는 연쇄추돌이 되었다.


그로 인해 뇌에서는 교통 정체가 생겨버렸다.


브릿지 파트를 서행할 때 미친 듯이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목적지까지, 단 한 소절도 불러낼 수 없었다.


(누군가가 동영상을 찍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청중들의 적잖은 당황과 위로, 그 사이 어느 것의 박수를 받으며 그렇게 1부가 마무리되었다.


그 속에서 군중의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었다.


10분의 인터미션 후에 2부를 시작하였다.


퇴근 시간에 가까워지니 노래를 부르지도 않았는데 인파가 몰려있었다.


다행히도 나 이외에는 버스킹을 하는 팀이 없어서 그들의 관심을 온전히 받을 수 있었다.


물론 1부에도 사람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이제는 곱절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알 수 없는 흥분과 짜릿함이 몰려왔다.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친숙한 케이팝 장르의 노래로 시작하며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 곡 한 곡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의 눈빛을 바라보았을 때, 끝없는 별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움과 즐거움이, 누군가에게는 동경과 호승심이, 누군가에게는 안정감과 차분함이 숨어있었다.


이다지 다채로운 은하수를 눈에 담고 있었다.


마지막 곡을 남겨 두었을 때, 사람들에게 실토한 바가 있다.


"이제 마지막 곡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이 노래를 잘 몰라요. 주변에서 추천해줘서 부르려고 하는데 가사지를 안 가지고 왔어요."


내가 짐작했을 때, 이 고백에도 청중들은 나름 관용적인 얼굴과 뉘앙스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도 민망함은 감출 수 없었기에 서둘러 포장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같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노래를 들으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니시겠지만, 이렇게 자리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잠깐이나마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제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곧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좌우로 몸을 흔드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때 신기하게도 실수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실수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큰 실수 없이 마지막 곡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 수많은 별빛을 눈에 담고 머릿속에 새겨 빛나는 하루를 만들었다.


감사한 하루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모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많아도 열 명 안팎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나 족히 그 열 배는 넘어가는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벅차오름과 감사함이 밀려왔다.


그 속에는 첫 버스킹을 응원하러 와준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이 정말 큰 힘이 되는 2시간이었다.


이것 외에도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이 많다.


다른 팀과의 음향 소리가 섞일 일도 없었기에 순항을 할 수 있었다.


조금은 쌉싸름한 공기가 불었기에 더 따뜻할 수 있었다.


사무치게 행복했다.


...


P.S. 사고의 원인이 된 노래의 제목은 '밤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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