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외로움을 느끼며

by 하일

누군가와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날이었다.


고독은 실존의 괴로움에서 출발한 생각이라면, 외로움은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하나의 감정이자 욕구의 발현체가 아니냐는 그런 이야기.


누군가는 생각해 보니 자신은 외로움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심심하고 지루했을 뿐, 그게 외로움으로 치환되지는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외로운 적이 있었는가.


사실 나는 지금도 외롭다.


누군가 나를 적당히 알아줘서 나도 누군가를 적당히 알아줬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마음이 더 쓰이는 걸 어떡할까.


그래서 많은 꾸러미들을 들고 그들에게 찾아갔다.


누군가는 환영을 누군가는 무안을 누군가는 감사를 누군가는 불편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 무엇이든 나는 그와 가까운 사이는 되지 못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내가 구태여 무언가를 더 해주는 수고로운 일은 오히려 그들과의 거리를 견고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그것이 내 진심에서 비롯되어도 말이다.


수고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의 경계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깨달음은 항상 쌉싸름하다.


이 외로움은 어디에서 출발하여, 나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걸까.


아마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끊임없이 인식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고독이 실존에서 오는 고통이라면, 이 외로움은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나만의 크기'를 인정하는 데서 오는 아픔이다.


타인과 내 마음처럼 포개어질 수 없음을 인정하고, 각자의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


내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고, 이 감정 또한 나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다면 나는 '외로움'이 아닌, '나 홀로 있음'의 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외로움은 아마도 더 깊은 고독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외롭지만 이제는 그 외로움을 들고 누군가를 찾아가는 대신, 나와 함께 이 외로움을 마주할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지금처럼.


당신은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서 어떤 거리를 두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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