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와 다른 삶

< 5 장 > 꿈이 있어 다행입니다.

by 이유진

“굿모닝~”

“굿모닝~”


요즘엔 일어나면 휴대폰으로 굿모닝 인사를 한다. 일어나자마자 메시지를 올리면서 서로 몇 시에 일어났는지를 인증하는 것이다. 놀란 것은 아침을 일찍 여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었다. 나도 부지런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나보다 더 부지런하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 많았다. 처음 새벽 기상을 시작할 때에는 일어나서 뭘 해야 할지를 몰라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일이 많았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하는 일들이 잡아가기 시작했다.


요즘은 간단한 스트레칭 하면서 스케줄러로 하루의 일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는다. 시간이 남으면 블로그 글쓰기를 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졸리면 책상에 잠깐 엎드려 잠들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둘째를 돌보아야 하는 나로서는 그때 안 하면 둘째가 낮잠 자는 시간이 여유 시간의 전부이기 때문에 다시 자러 갈 수가 없다. 물론 아이들이 깨서 나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아이들도 차츰 적응하고 있는지 깨는 횟수도 줄어들고 울음도 짧아지고 있다.


내가 새벽 기상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모든 것이 '습관'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직접 실천을 해보니 내 삶은 결국 내가 만든 습관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됐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작은 습관이 모여 내 인생을 만들었다는 것을 인지하니 참으로 무섭다 여겨졌다. 그것을 인지하고 서점에 가니 습관과 관련한 책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내가 갖고 있던 가장 안 좋은 습관은 바로 부정적인 생각들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 얼마 가지 않아 '내가 저랬었구나' 싶은 경험을 했다. 우연하게 참여한 모임에서 자꾸만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게 됐다. 그분은 자꾸만 이래서 못하겠고, 저래서 못하겠다는 말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못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를 만큼 많이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정말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랬던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못한다는 말, 못한다는 생각. 그 모든 것은 결국 평소 부정적인 습관이 베어 나온 것임을 그분을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쨍그랑’


일요일 아침이었을 것이다.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접시를 하나 깨트리고 말았다. 내가 좋아하던 접시여서 더욱 아까웠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 액땜했다 치자. 접시가 깨진 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아마 예전의 나였더라면 접시가 깨지는 순간부터 그날 잠들기 전까지 걱정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접시가 깨졌으니 이건 분명 '안 좋은 징조'라 여기고 일일이 가족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면서 하루를 안절부절 보냈음에 틀림없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해 미리 걱정부터 하면서 말이다. 당연히 그날 하루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접시 하나가 깨진다고 해서 안 좋은 일의 징크스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과학적 근거 하나 없는 일에 신경을 쓰며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았음을 떠올리니 그리 한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과거 치렀던 시험도 마찬가지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번의 임용시험 중 떨어졌던 두 번의 시험은 마음 한 구석에 늘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안 될 것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데 어찌 좋은 기운이 내게 왔을까 싶다.


습관적으로 부정적 생각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특히 나처럼 혼자 있을 때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람은 부정적 생각의 씨를 말려버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하고 의식적으로 좋은 말만 하려고 애쓴다. 수많은 책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니 일단은 따라서 하는 중이다. 좋은 일이 생겼느냐고? 그건 잘 모르겠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어졌다.



새벽 기상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하루가 정말 길어졌다. 그런데 길고 긴 하루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니 일주일도 역시 순식간이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나면 어느덧 금요일이 찾아온다. 새벽 기상을 통해 오롯이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아주 작지만 내 안에 긍정의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불만이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주말만을 기다렸다. 직장 다닐 때 그랬던 것처럼 월요일이 되는 것이 무서웠고, 금요일이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주말에 남편이 쉰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주말에 온전히 내가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남편이라고 주말에 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을 데리고 어디든 다녀야 한다는 욕심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남편을 부추겨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면서 내가 평일에 모든 육아를 한다는 생각에 그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하여 주말에는 남편이 더 많은 것을 해주기를 요구했다. 당연히 싸움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새벽 기상을 통해 평일에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됐다.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유튜브 편집, 블로그 글쓰기 등을 하면서 내가 무엇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됐다. 그런 시간들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만들었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강의 같은 것들을 들으러 다니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큰 활력이 됐다. 늘 만나던 사람들이 아닌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 한 번도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직장동료도 그렇다고 친구도 아닌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내 삶에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도 신기했다. 그 세상에 들어서면서 이름이 아닌 별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에 익숙해졌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온라인 세상은 그야말로 내가 알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었다. 여태 사이버 세상을 부정하고 올바르지 못한 네트워크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이 사이버 공간이 주는 적절한 거리와 약한 연대감이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니 보통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고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하고 났을 때의 뿌듯함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하면서 많은 것이 저절로 치유됐다. 내 글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웠고, 동시에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나를 만족시켰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이었다. 지난날 혼자서 끄적인 일기를 볼 때마다 이런 글에 누군가가 공감해 준다면 참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좀 쉬엄쉬엄 해, 주말인데 하루 정도 쉬면 어때”

“오빠, 그러고 싶은데, 난 내가 다시 돌아갈까 봐 사실 겁이나, 오늘 쉬면 내일 쉬고 싶어 지게 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지금 했던 것들이 말짱 도루묵 될까 봐 좀 무서워.”

“그런가... 아무튼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새벽에 잠깐 일어난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면서 걱정스레 물어온다. 남편의 염려와는 달리 나는 이제 이 삶이 즐겁다. 몸이라는 게 익숙해지니 눈이 번쩍 뜨이긴 한다. 일정한 사이클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얼마 적응을 하게 되니 저절로 반응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일어나기 싫고 더 누워있을까 하는 생각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다. 남편이 쉬엄쉬엄 하라는 말을 할 때마다 그 말이 고맙지만 달콤한 유혹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으름은 정말 쉽게 파고든다. 이 게으름의 유혹에 넘어갈 까 봐 나도 걱정이 된다. 막상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을 때면 지금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정해진 루틴대로 하다 보면 어느새 좋은 에너지가 살아남을 느낀다. 곧 기분이 좋아진다.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진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단순히 아이를 보는 것, 집안일을 하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라 여기며 지난 2년을 살았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뭔가 의미 있는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고양시켜 준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아무도 시키는 사람도 없고, 어떤 보상도 없다. 하지만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며 일주일의 계획을 세우고 하루의 계획을 세워 매일 할 일을 체크하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침대에 눕는 순간이 행복하고, 언제 잠드는지도 모를 만큼 쓰러지듯 잠이 든다. 늘 꿈을 꾸다가 중간에 한 번씩 깨고 다시 잠들고 꿈꾸고 비몽사몽 깨서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을 못 하곤 했다. 이제는 꿈을 꾸다가 번쩍 눈을 뜬다. 그러면 일어날 시간이다. 덕분에 꿈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예전처럼 아이들이 일어나면 ‘아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난 거야’ 라며 짜증 아닌 짜증을 부리던 나는 더 이상 없다. 조금만 더 자고 싶다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다가 결국 아이들이 칭얼대는 소리를 듣고 겨우 몸을 일으키던 내가 어느덧 그들보다 먼저 일어나 반갑게 인사하게 됐다.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시간일지 모른다. 하지만 2019년, 새벽 기상을 통해 누구보다 열심히 한 해를 살았다고 말할 수 있고, 그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지금 내 삶에 참으로 만족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표지 사진 : Photo by kazuend on Unsplash


<이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