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세요.
"어머니 저 요즘 새벽 3시쯤 일어나고 있어요."
"그래? 일찍 일어나면 여러 모로 좋지."
나는 엄청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어머니께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실 뿐이었다. 풍선 바람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머니로서는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이미 몸에 베이신 분이고, 일찍 일어나시는 만큼 부지런히 하루를 사시는 분이다. 30년 이상을 그리 살아오신 분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 새벽기상을 시작한지 이제 넉 달 남짓 된 나는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꼴이었다.
"친정 엄마예요?"
어머니랑 같이 있으면 종종 듣는 말이다. 어머니랑 닮아서라기 보다는 어머님이 나를 대하심에 있어서 워낙 딸처럼 잘해주시고 나 역시 그런 어머니께 스스럼없이 대하기 때문인것 같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다닐 때도 의사 선생님께서 친정 엄마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는데, 첫째 아이를 낳고 분만실에서 나왔을 때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 하셨다.
나는 우리 시어머니를 좋아한다. 그리고 존경한다. 시어머니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긴 하다. 왠지 우리나라에는 시댁을 욕해야만 공감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서다. 질투 아닌 부러움을 요하는 이 글을 용기 있게 쓰는 이유는 서로 감사하는 마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져다주는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어머니께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불만은 좋은 것에 비하면 1% 정도라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내가 불만거리를 찾아내고자 한다면 아마 더 많이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며느리한테서 불만거리를 찾으라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어찌 잔소리하고 싶은 것이 없겠는가. 우리 엄마 조차 종종 우리 집에 방문하실 때면 집이 이게 뭐냐고 들어오자마자 한소리 하시는데 어머님은 오죽하실까. 하지만 어머님은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단 한 번도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신 적이 없다. 아마 어머니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주는 위대한 힘을 알고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실천하시는 어머님이 그저 존경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남편과 연애를 할 당시,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다.
"아들, 이제 들어오십니까아?"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남편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새벽에야 집에 들어갔던 날로 기억한다. 나는 잠결에 전화를 받고서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제 들어가냐고 한 소리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술에 취한 아들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그저 웃으시며 따뜻한 말로 받아주고 계셨던 것이다. 실로 충격이었다. 우리 집에서 봤던 풍경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남동생이 결혼하기 전에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올 때면 엄마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사실 어머니처럼 따뜻한 말로 받아준 적은 없으셨다. 일찍 일찍 다니라고 한 마디 하시고는 방으로 들어가시곤 하셨는데, 나 역시 종종 그런 동생을 대면할 때면 혀를 끌끌 찰뿐이었지 한 번도 동생을 따뜻하게 맞아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결혼 초 남편과 자주 부닺혔다. 나는 잔소리라 생각지 못했던 말들이 남편에게는 잔소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저때의 일화가 생각났는데, 일리가 있을 법 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어머님이 무서웠다고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자란 것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결혼 5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그간 어머니께서 남편에게 화를 내시거나 잔소리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내가 봤을 때는 그렇다. 물론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 이시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사랑한다는 말씀을 먼저 하시고 그리고 자주 하신다. 나는 카톡으로 종종 어머님과 아버님께 아이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드린다. 그렇게 보내드리면 답장이 오는데 자주 오는 메시지는 ‘우리 손자들 그리고 며느리 사랑합니다'이다. 비단 카톡으로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만날 때면 반갑다고 안아주시고,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신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쑥스러워서 답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사랑한다는 말을 종종 하게 되고, 메시지로도 가끔 전송한다. 물론 아직도 그 말을 할 때면 어색하고 쑥스럽긴 하다.
그간 나도 알게 모르게 어머님의 영향을 받았던 탓일까 나로서는 과감한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지난 연말 친정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는데, 당시 아이들은 잠들고 아빠, 엄마 그리고 나 3명이서 새해맞이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카운트 다운을 할 때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아빠 엄마를 껴안아 주고 사랑한다고 한 마디씩 했다. 굉장히 쑥스러운 일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빠도 무뚝뚝하게 반응하셨지만 기분이 좋은걸 감추지는 못하셨다. 엄마도 물론 좋아하셨다. 늘 무뚝뚝하게 구는 딸이 웬일인가 싶으셨을 것이다. (엄마는 표현에 인색하신 아빠와 한 평생을 사시며 그것에 매우 불만이 많으셨기 때문에 우리들한테는 안 그러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셨다. 그 점에 항상 감사한다.)
강호동 씨가 아버지께 뽀뽀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이 너무 어색했지만 한 번 시작하니 자꾸 하게 되더라는 그의 말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방송에서 강한 모습들만 봐서 인지 그의 그런 모습은 참으로 인상 깊게 남았다. 이후 아버님의 부고 소식을 접하며 더욱 안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고 보내드렸으니 얼마나 다행일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자존감 수업>에 오늘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라는 부분이 나온다. 더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를 읽으면서 남편을 그저 달래고 받아주라는 말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스님을 비난(?)했다. 그런데 이제는 스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양가 부모님, 남편, 동생 그리고 두 아들들.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다. 나는 그간 우리 가족들에게 얼마나 친절한 사람이었나를 돌이켜보게 된다. 친구들 혹은 동료들을 대하는 만큼 나의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대하고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가족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는 열 가지의 좋은 말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임을 어머니를 통해 배운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엄마를 화나게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듯 난리를 쳤다. 순간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일단은 한 번 참게 됐다. 우리 아이들이 이담에 커서 나를 떠올리면 '우리 엄마는 참 따뜻해'라는 말을 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 소리치는 것을 참는 연습을 했다. 이런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나 역시 어머니처럼 잔소리보다 따뜻한 말을 먼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나쁜 점 열 가지를 무시하고 좋은 점 한 가지에 집중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리고 나의 소중한 가족들에게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한 번 건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