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습관의 힘
코로나가 이제 잠잠해지겠구나 싶을 무렵 첫째 아이의 감기로 인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금요일 하루 쉬고 주말을 보내면서 코로나의 감염 정도는 높아지기 시작했고, 불안한 마음에 월요일에도 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주부터 연속으로 아이 둘과 하루 종일 생활하다 보니 그냥 오늘은 보낼걸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고, 다음 날은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하지만 나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도와주려는 듯, 그날 오후에 휴원령이 떨어졌고, 자연스레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또 한 번의 주말을 맞은 뒤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출근을 했을 것이고, 첫째 아이는 새로운 유치원으로 둘째 아이는 본격적인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됐을 것이다.
2주 연기되었던 개학은 또 한 번 2주 연기되었고, 어느덧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흐트러지게 된 것이 한 달이 훌쩍 넘어섰다. 그렇게 아이 둘과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하루가 참으로 길어졌다. 새삼 보육기관의 고마움도 느끼게 됐고 말이다. 하루 세 번 끼니를 챙겨주는 것이 참으로 큰일이 되었고, 나의 생활은 아이들을 돌보고 업무도 한다는 핑계로 점점 나태해져 가기 시작했다. 새벽 기상은 들쑥날쑥 해졌고, 유튜브 촬영도 손을 놓게 됐다. 게다가 갑자기 드라마에 빠지게 돼서는 아이들이 잠이 들고 나면 드라마 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그 여운에 빠져서 밤새 휴대폰을 검색하다가 잠들곤 했다.
그래도 습관이 무섭다고 눈이 떠지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벌떡 일어나는 것은 힘들어졌다. 눈을 뜨고 잠깐 고민하다가 다시 눈을 뜨고... 그러다가 깨면 훌쩍 30분 정도가 지나있다. 이른 새벽에 그렇게 몇 번을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하면서 몇 번이나 일어날까 말까를 고민한다. 혹여 벌떡 일어나더라도 아이들이 슬쩍 깨는 타이밍에 마주하면 다시 누워버리게 되기도 하면서 새벽 기상은 예전처럼 잘 되지 않았다.
오늘도 몇 번을 떴다 감았다 하다가 결국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사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일어나야 할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이 아니면 내가 글을 쓸 시간이 마땅치 않고, 달리러 갈 시간도 없다. 그렇다면 누가 보지도 않는 글을 굳이 왜 쓰냐고 묻는다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글 쓰는 것이 대단히 좋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요즘 들어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냥 지난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나만의 루틴을 깨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해야지 한 편의 글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예전에 비해 몸을 일으키는 것이 쉽지 않아 진 터라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적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
그러다 문득 이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아주 사소한 혹은 보잘것없는 행동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의 1퍼센트가 바뀌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던, 읽을 때에는 그저 머리로 이해했던 그 이야기가 요즘 들어서는 몸으로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적게라도 하는 게 낫다는 주장은 무엇인가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 낮춰주었다. 나는 이 문장을 약간 변형하여 뭐라도 하는게 낫다고 바꾸어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는데, 뭐가 됐든 그 문장은 새벽에 일어나서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일단 일어나자'라고, 지금 당장 하면 좋을 일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했다. 뭐가 됐든 일단은 한 번 일어나 볼까? 하는 생각으로 일어나게 한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그렇게 일어나면 결국 컴퓨터를 켜게 되고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뭔가 의미 있거나 혹은 엄청 재미있거나 대단히 멋진 글을 쓰겠다는 포부 같은 건 기대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써야지 뭐라도 하나 발행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쓴다.
쓰다 보면 좀 더 일찍 일어날 걸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일어나길 잘했다 싶어진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쓰고 나면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하러 갈까 말까를 고민하게 되는데,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것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창밖을 보면 아직은 깜깜한 밤이라 나가기가 서글프기도 하고, 추울 것 같기도 하고, 5킬로를 언제 뛰나 싶은 나가지 않을 여러 가지 핑곗거리들만 떠오른다. 게다가 읽을 책들도 많은데 오늘은 그냥 책이나 읽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그 문장(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다)을 떠올린다. 그러면 일단 나가보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지 뭐, 조금만 뛰어보지 뭐,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꾸역꾸역 옷을 챙겨 입게 된다. 일단 옷을 입으면 나가게 되고 뛰게 되고, 그러다보면 금방 해가 뜨면서 아침은 찾아온다.
깜깜한 새벽에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뛰다 보면 어느새 공원의 가로등 불이 꺼지고 이내 해가 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록 건물에 가려서 해를 볼 수는 없지만 태양의 잔상으로 인해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 그리고 푸른색 속에 스며든 붉은 기운의 하늘을 보는 그 순간이 참 좋다.
달리기는 이틀에 한 번 꼴로 하기에 달리지 않는 날은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이렇게 새벽 시간을 글쓰기와 책 읽기 혹은 달리기로 마무리하고 아침을 맞이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나를 채운다.
물론 오늘 하루 일찍 일어났다고 해서 천지가 개벽할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 달리기를 했다고 내 폐활량이 근육량이 갑자기 증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시간 해왔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그저 조금씩 하루하루 해내기만 한다면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내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대단한 무엇인가를 얻지 못하더라도 결과보다는 지금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나는 앞으로도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믿으며 새벽에 일어날 것이다.
지금 혹시 무엇인가 해야만 하는 일에 스트레스받고 있다면, 혹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지 내가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저 큰 기대 없이 그냥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오늘 운동은 팔 굽혀 펴기 하나!로 시작해보자. 시작하는 순간 적어도 10개는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