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끄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아버지라 불리는 <장사의 신>

by 이유진

우리 집이 애용하는 세탁소는 집에서 조금 먼 거리에 있다. 원래는 세탁소 주인아주머니네가 우리랑 같은 동에 사는 덕분에 그 세탁소에 자주 옷을 맡겼는데 이사를 가면서 거리도 멀어진 데다 하필 주인아주머니네도 세탁소를 다른 분께 양도하시게 되면서 그 세탁소를 굳이 가야 할 어떤 이유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까지는 첫째 아이 어린이집이 가는 길에 있었기에 그 세탁소를 계속 이용했다. 하지만 이제 첫째 아이마저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유치원에 가게 된 터라 그쪽으로 갈 일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남편이 얼마 전에 세탁소에 양복바지를 맡겨두었는데 그 방향으로 갈 일이 없어지니 벌써 맡겨둔지 2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매번 찾아가야지 하면서도 깜빡했던 것도 한 몫했고, 생각이 났다가도 거리가 있다보니 다음에 가야지 미루던 것이 두 몫했다. 그러다가 오늘은 볼 일 보러 나가는 길에 바지를 꼭 찾아야 겠다 싶어 서둘러 세탁소로 향했다. 이제는 집 근처의 가까운 세탁소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주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게 낫지 싶어 동네에 어떤 세탁소들이 있나 검색을 해보는데 꽤나 많은 세탁소가 있어서 놀랐다. 그러고보니 이 건물에만 해도 세탁소가 2개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아저씨가 바지를 찾아서 건네주셨다.


“애기들은 잘 크고 있죠? 많이 컸겠네요.”

“아... 네^^;;”

“혹시 겨울옷 아직 정리 안 했으면 가지러 갈 테니 연락 주세요~. 무거우니 가지고 오지 말고요.”


남편이 이미 돈을 지불한 덕에 바지만 받아 들고서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아저씨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한 두 마디 건네셨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몇 번 들렀던 기억도 나고 그랬다. 장사하시는 분이라 눈썰미가 좋으셔서 그런가 어찌 그런 걸 다 기억하고 계실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뭐가 됐든 아저씨의 그 한 마디에 아마 겨울 외투들은 다시 여기로 오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다림질 된 바지을 들고 세탁소를 나오는데 <장사의 신>이 말한게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일본에서 장사의 신으로 불린다는 저자(우노 다케시)는 이자카야(선술집)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음식 맛이나 가게의 규모 혹은 위치보다는 오로지 손님을 다시 한 번 올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이 세탁소도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멀기도 하고 2층에 자리한 이 세탁소를 굳이 찾아서 올 필요는 없지만 아저씨의 말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저자가 말하는 것과 일치했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책에는 그런 예시가 수두룩하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데 단골이 지나칠 때 그저 '오늘은 안 들러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보다는 어묵 하나를 건네면서 먹고 가라고 하는 것이나, 혼자 온 손님에게 양이 많아서 못 먹을 것 같은 안주를 내어주며 서비스니 맛을 보라고 하는 것, 무지 더운 날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맥주 한 잔을 원샷하는 손님에게 '거, 참 시원하게 잘 들이키시네' 하며 한 잔을 더 내주는 것 등 그가 말하는 모든 것에는 결국 상대방(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기본으로 놓여있었다. 가게를 다시 한번 찾아오게 만드는 힘은 음식의 맛도 몫 좋은 위치도 아닌 손님과의 유대감 혹은 신뢰라는 것이다.


대충썰어 더 맛있는 회.jpg 대충 썰어 더 맛있는 회

소위 제자들로부터 '아버지'라 불린다는 그는 굉장히 유연한 사로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소일배 一笑一盃' (하루에 한 잔 마시고 한 번 웃기)를 삶의 모토로 한다는 말처럼 그의 책을 읽노라면 덩달아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졌다. 긍정적인 사람이 가지고 오는 유연함은 사람을 늘 기분 좋게 해주는 힘이 있다. 좋은 방어를 구했는데 제대로 썰리지 않아서 되는 대로 막 썰어서 '대충 썰어 더 맛있는 회'라는 이름을 붙였더니 대박 메뉴가 됐다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어떤 메뉴를 낼까 고민하기보다는 100엔 샵에서 파는 귀여운 수건을 사다가 손님에게 건네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하는 사고의 유연함을 닮고 싶었다. 자연스레 나는 어떤 글을 쓰면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이런 것들을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사실 이런 책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으로 밀어두고 관심도 가지지 않았을 터인데 이제는 그런 편견을 갖기보다는 읽으면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지를 찾게 됐다. 그런 생각을 가지니 분야는 전혀 달라도 내가 원하는 배움을 얻게 된다. 늘 내가 맞다고 생각하던 것에서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책의 말미에 가서 저자가 말하는 것도 비슷하겠다 싶어졌다.


늘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장사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사람을 끌어야 하는 일이라면, 내 매력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야 하고 더 좋은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그건 가만히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 좋은 것이라면 베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끼는 것을 천박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저자의 말이 딱 그것이었다. (화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성공의 공식들이 자연스레 녹아있던 책이었다. 반말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 말하지만 거부감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덕에는 그야말로 저자의 삶과 장사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배어있음이 클 것이다.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함을 꿈꾸며 소박함을 고수하되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주고 기꺼이 길잡이가 되어주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삶은 결국 인간을 바탕으로 하고 관계가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세탁소 아저씨도 아마 그것을 알고 있는 분이겠지 싶었다. 언젠가부터 '뭘 굳이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으로 인사하기가 뻘쭘해 그냥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오늘을 계기로 그러지 말자 다짐해 본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그 가운데 변할 수 없는 진실은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늘 누군가와 함께 서로 돕고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한켠에 지니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 불변의 진리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일소일독(一笑一讀), 일소일작(一 笑一作)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