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드디어 질렀다. 오랜만에 지름신이 와서 결국 질러버렸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이런저런 연수를 듣고 친구들 그리고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패드 이야기가 나왔다.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해서 수업을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필기감이 아주 좋다고 했다. 자기는 잘 사용하고 있다면서 현재 출시된 다양한 버전들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우리 동학년에서도 아이패드에 대해 갑자기 붐이 일었다.
사실 나에게는 아주 구버전의 아이패드가 하나 있다. 실로 많은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장비인데(중고나라에서 구매하려고 했다가 사기를 당할 뻔하고 결국 정식 스토어에서 구입했다.) 막상 구입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큰 쓰임새가 있지는 않았다. 당시에도 필기를 할 수 있었는데, 필기감은 터치 수준에 불과했기에 그리 활용도가 높지 못했고, 무겁기도 무거워 갖고 다니지도 않게 되다가 결국에는 웹툰용으로 전락했다.
그랬던 과거가 있기에 사고는 싶었지만 막상 구입하려니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가 성 비. 물건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가성비는 큰 요소를 차지한다. 비싼 값을 치른 만큼 잘 사용한다면 문제없겠지만 과연 이것을 내가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전력이 있기에 혹시 또 그저 웹툰용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애들은 커가고 이리저리 돈 들 데도 많은데 큰 지출을 한다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결제를 하는데 하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게 뭐라고 이거 하나 사는데 이런 고민을 해야 하며, 돈도 버는데 이 정도 투자는 괜찮은 거 아니냐고, 판서도 할 수 있고, 게다가 나는 유튜버니 만큼 영상 편집도 해야 하고... 한 번의 전력이 있으니 이번에는 그러지 말자 다짐하면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엔 애플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하는데에 까지 이르렀다.
솔직히 그저 태블릿 PC나 휴대폰이 필요한 것이라면 가성비 좋은 다양한 제품들이 있을 것이다. 굳이 이 브랜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음에도 휴대폰을 살 때도 패드를 살 때도 애플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브랜드 가치라는 생각밖에 결론 나지 않았다. 그 수많은 기능들을 모두 활용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비싼 값을 치르는 것에는 기술력 디자인 등이 포함될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것 또한 그 브랜드에 대한 가치 때문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떠나고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도 있었지만 애플은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이다. 혁신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혁신 이후의 변화를 수용하며 브랜드만의 고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
비싼 값을 하는 만큼 그 돈이 아깝지 않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부가 필요하다. 친절한 알려주기가 넘쳐나는 세상이니 조금만 검색해도 내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둔 자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조금씩 공부하여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다. (아직 물건은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매일 배우고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님 말씀은 고루하다 어겨지면서도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는 반면 인간의 습득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퇴보한다. 키오스크 주문, 다양한 페이법, 고객센터 전화 연결 등 어려운 일이 아닌 듯싶은데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시스템에 허둥지둥했던 모습들이 떠오르니 괜한 걱정이 앞선다. 나는 마냥 젋은이라고만 생각해서 요즘 사람들이 즐겨하는 것들쯤은 배우지 않아도 절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친정 엄마에게 늘 배워야 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봐야 한다 잔소리를 하는 나이지만 정작 스스로는 얼마나 그만큼 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진짜 그랬다. 복직을 하니 학교 시스템도 많이 변했고, 일처리 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학교에는 어느덧 90년대 선생님들이 발령받기 시작했고, 그들이 너무도 척척 자신의 일들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저리 잘하나 싶은 감탄을 가져다주면서도 내가 그들과 함께 일하려면 정신 차려야겠다는 긴장감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어린 세대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워야겠다 싶다. 그들이 열광하는 BTS의 노래도 들어보고 아이들이 많이 한다는 게임도 한 번 해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시 돌아온 학교는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이미 내 상황도 나의 직장도 변했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많은 동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처럼 인간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저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다시 일하게 되니 실감한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큼 머리도 손도 따라주지 않는다면 부단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젊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축복이라는 말이 참으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아무쪼록 곧 내 손에 들어오게 될 아이패드를 잘 활용하게 되기를! 새로운 문물의 혜택을 무섭고 어려운 것이라 치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고루한 사고에서 벗어나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초석이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 표지 사진 : Photo by Leone Vent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