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말고 휴직> 서평
카톡방에서 온달님이 곧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전하셨을 때, (지금은 진심으로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는 동료이지만) 사실 그와의 첫 만남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났다. 함께 수업을 듣긴 했지만 같은 조가 아닌 이상 다들 대면대면했고, 나 역시 우리 조 동기들과는 친하게 지냈지만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얼굴도 잘 몰랐었다. 그랬던 내가 수업 3주 차 때 주간 MVP에 호명되었다.
“달빛따라님 축하드려요~. 근데, 이번 주 MVP가 지난주에 발표했던 사람들인 거 아시죠?”
그날도 여느 날처럼 수업이 끝나고 같은 조 동기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나서던 참이었다. 1층에서 우연히 온달님과 마주치게 되었고,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대뜸 말을 걸어오셨는데, ‘하하, 그런가요.’라고 웃으면서 답하긴 했지만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공교롭게도 그의 말처럼 지난주에 발표를 했던 사람이 나와 또 다른 동기분 한 명이었는데, 그녀 역시 이번주 MVP로 호명되었다.) 그의 말은 순수한 발견에서 비롯된 것이었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는 지난 3주간 수업을 열심히 듣고 과제를 열심히 수행한 나의 순수한 노력에 대한 대가가 아닌 그저 ‘발표’ 때문에 받았다는 것으로 일축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 기억하지 못할 웃픈 에피소드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자기혁명캠프라는 곳에서 동기로 만나서 ‘삶의 변화’를 위해 함께 달려온 시간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어찌 됐든 그는 이후 수업의 마지막 주에 우리 기수에서 전체 MVP를 받게 됐고, 동기들 모임의 주도자가 되어서 아직까지 모임이 유지되는 것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 동기들 중 대부분이 온달님이 우리들 중에 가장 먼저 출간을 할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리 생각했다. 휴직을 하면서 목표한 바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또 그의 노력을 알기에 출간으로 이어진 그의 성취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나 역시 책을 출판하는 것을 바라고 있기에 그가 이뤄낸 것을 보며 일순 부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괜찮다. (나도 언젠가는 출판할 테니까!)
그래도 내 삶에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났구나 싶은 것이 온달님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책을 출판한 작가랑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라는 것이 기분이 묘했다. (중학교 동창 중에 책을 낸 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는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라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글을 읽는 책은 아니기에 또 다른 영역이라 여겨진다.) 내가 책으로 접하는 작가들은 사실 나와는 큰 연관이 없고, 뭔가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까이에서 이렇게 출판을 하고 강연을 하는 사람을 보니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브런치나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고, 독서모임 등으로 만나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으로 출간된 그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또 다른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책을 한 권 내기 위해서 기획을 하고 목차를 정리하는 것들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인데 그런 과정들을 거쳐서 하나의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고 대단하다 여겨졌다.
온달님의 글은 브런치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주 접했기에 책도 비슷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역시 책은 책이었다. 온라인 글을 통해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고, 책 속에서 '휴직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육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휴직이었기에, 그처럼 어떤 삶의 변화에 대한 갈망 혹은 고민, 그리고 결과물을 내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는 아무래도 가장의 무게가 있기 때문인지,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치열하게 휴직 기간을 보냈구나 싶어 졌다.
나는 이 책을 정말 삶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의 출간 소식이 네이버 뉴스에 실린 것을 보았는데, 대부분이 안 좋은 댓글들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 댓글들은 '휴직할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일축할 수는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참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말처럼 먹고 살기가 급급한 사람들에게 '휴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휴직'이라는 것이 쉽게 용인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라는 순간이 왔을 때,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온 삶에서 번아웃이 왔을 때, 한 번쯤 자기 자신을 위해 쉬어가야 할 시간을 주어야 하지는 않을까 싶은 맥락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싶었다. 반드시 '휴직'을 하지 않더라도 '삶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또 느꼈다. 그 역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고, 또 그 기간 동안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하루하루 자기가 정한 루틴을 반복하며 그 '두려움'에 맞서고, 또 그것과 상생하게 되기까지. 그가 거쳐온 노력 그리고 삶의 변화를 위한 치열한 열정과 용기를 그저 '다 가진 자의 여유로움'이다 라는 것으로 일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에서 그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해준다. 진짜로 휴직을 하고자 한다면 어떤 부분들을 고민해 봐야 하는지, 삶의 변화를 위해서 어떤 책을 읽는 것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아빠가 할 수 있는 육아의 팁, 휴직 속에서도 이전과 같은 규칙적인 삶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 등 단지 자기의 경험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먼저 경험한 자로서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들이 들어가 있기에 휴직을 하지 않더라도 삶의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가 직장을 다니면서 한 번쯤 '이게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삶의 무기력에 마주할 수 있다. 그럴 때 꼭 휴직을 감행할 순 없지만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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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개인적으로는'육아'에 관한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다. 온달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면서 기록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읽는 것이 참 좋았다. 육아를 할수록 아이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어렵기만 하고, 그들에게 내가 바라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단지 말로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아이들이 직접 깨닫게 해주는 온달님의 방식이 더욱 부러웠다. 그래도 책을 통해 또 배우게 됐으니, 조금씩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지 책이 되는구나' 하는 팁을 얻긴 얻었는데, 어떻게 추려야 할지를 생각하면 또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하^^;) 나의 글쓰기가 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무한한 자신감이 들다가도 '역시, 출판은 무리인가.' 싶은 현타(?)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삶의 변화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함께 하는 동지의 좋은 결과물에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나 역시 그런 기쁨을 맞이하게 되리라 조심스레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