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부르는 성공의 절제학>
"배불러, 그만 먹을래."
남편과 연애를 할 때, 그리고 결혼을 하고 얼마 안 된 신혼 초에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남편의 '어록' 중의 하나이다. 사실 늘 식욕과의 사투를 벌이던 인생이었던지라 도무지 남편의 '배불러서 숟가락을 놓는 행위'를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서로 다른 캐릭터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남편과의 만남이 가능했던 이유 중에 당시의 내가 생애를 통 틀어서 가장 날씬했던 시기였다는 것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그 말은 즉, 나의 위의 크기가 평소보다 조금 줄어있을 때였다는 것이다. 평생 성공하지 못했던 다이어트를 남편을 만나기 직전에 성공했던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다.(그렇다고 해서 남편이 본인과 다른 나의 식욕이나 식사량에 대해 한 번도 제지하거나 지적한 일은 없음을 밝혀둔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부터 문제는 조금 달라졌다. 내가 많이 먹고 적게 먹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직접 밥상을 차린다는 것에 있었다. 신혼 초에는 나도 한 창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하루에 한 번이었지만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노동력과 노력이 동반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차린 밥상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의 분량을 먹지 않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을 보면 그게 그렇게 화가 나고 서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과민반응이었다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정말 서운하고 화가 났다.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놓게 되다
그랬던 내가 요즘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놓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남편이 (물론 지금까지) 행하고 있는 그 일을 내가 따라 하게 될 줄은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옛 어른들 말씀에 앞 일을 모르는 것이니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거냐고 고민하면서 늘 입이 심심하다는 핑계로 군것질을 일삼는 나였는데, 요즘 그 군것질이 줄어들었다. 나는 전형적인 '배가 불러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꾸 먹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여자들은 밥 배 디저트 배 따로 있다는 말처럼 나 역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식후 디저트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한 끼로 배가 부르다면 굳이 후식을 찾지 않게 되었다. 흠.. 굳이 찾는 게 있다면 탄산수 정도?
식욕이 떨어진 이유와 나에 대한 인정
아마 무더위 탓도 있을 것이다. 식욕이 이렇게 떨어지게 된 대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나의 식욕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로 식욕은 욕구불만을 분출하는 행위 중의 하나라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나는 무엇인가에 지금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먹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된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내 삶의 변화에 있었다. 쉼 없이 무엇인가를 자꾸 한다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나는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론 뭔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다.)
예전에는 거울을 보면 '내 코는 왜 이렇게 낮을까?' '얼굴이 V라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등의 생각들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거울을 보면 '이 정도면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예전에는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싫었다. (예뻐 보이지 않는 나를 직시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제는 사진을 볼 때면 '이때 예뻤네, 역시 젊은 게 좋아' 혹은 '지금이 훨씬 낫네'라는 등의 말을 하게 된다. 아마 내 모습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기록과 생산자
'무엇이 그리 만족스럽냐' 묻는다면 '내가 바라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 같다. 비록 아직 뭔가를 이룬 것은 없고 힘들기도 하지만 꾸역꾸역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책을 낼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 그 가운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글쓰기든 유튜브든 내가 하는 것들이 비록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알아봐 주지는 않지만 내가 해 온 결과물들을 보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그야말로 셀프칭찬이지만 이제껏 셀프칭찬을 해준 적이 없던 나였던지라 실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이것저것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서 느끼는 뿌듯함에서 오는 칭찬이 아니다. 이제야 드디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칭찬이다. 비록 아직 어떠한 성과나 결과물은 없을지라도 생산자로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큰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글을 쓰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일 중의 하나이다. 내 생각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글이 공유되어 누군가가 공감해 준다는 것. 지금껏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짜릿함을 안겨다 준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절대적인 수치로 봤을 때는 너무 초라한 기록일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그저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절제를 통한 성취
'운명을 부르는 성공의 절제학'이라는 책은 식욕의 절제가 모든 것의 기본이고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직 저자의 깊은 뜻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나는 '자신이 먹는 것을 통제하고 절제하는 것을 익히는 과정에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절로 배울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내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저 열심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단순히 쉼 없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 달리고 언제 쉬어야 하는 것인지 그것을 통제하는 것이 결국 '절제'이고 그것은 삶을 지배하는 아주 중요한 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의 초고를 쓴 이후로 언제 그랬냐는 듯 식욕이 다시금 차 오르고 있는 게 무척 당황스럽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먹으면서 후회하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결국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참아낼 때 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배가 부르면 혹은 배가 엄청 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 남편은 이런 깊은 뜻을 알고 여태껏 실천 해온 것일까...? 진심으로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표지 사진 : Photo by Joanna Kosinsk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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