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

책 읽기와 글쓰기의 필요성에 대해

by 이유진

유튜브 다음에는 어떤 것이 올까? 이제 네이버 검색보다는 유튜브 검색이 대세라 한다. 내가 유튜버가 되어보니 그런 말이 좀 와 닿는다. 아이들의 세상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유튜브를 직접 하기 전에는 색안경을 끼고 봤었는데 직접 하면서 보니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싶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는 못해도 역행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문득 유튜브 유행의 패턴을 보며 우리가 점차 쉽게 소비하는 것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간편해지고 있다. 이제는 휴대폰 하나면 지갑도 필요가 없어졌다. 현금을 갖고 다니기보다는 카드 하나면 해결이 되고, 그 카드 조차 실물이 아니어도 휴대폰 안에서 소장이 가능하게 됐다. 기술의 발전으로만 보면 나 같은 사람은 어디 쓸모가 있을까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부모님이 살아왔던 세상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그 격차가 너무 커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얼마전 make it count라는 영상을 보았다. 벌써 7년 전에 만들어진 영상인데 조회수는 무려 2천9백만 회가 넘어선다. 내가 너무 늦게 봤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도 유명한 영상이었다. 영상을 만든 Casey Neistat는 이미 광고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과감한 실행과 도전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한 메시지들을 통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통쾌하게 전달한다. 일단은 멋있었다. 채 5분이 안되는 짧은 영상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 보며 누구나 쉽게 빠져들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5분밖에 안되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무려 10여 일 동안 세계 여행을 했고, 그 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사용했다. 게다가 자기 돈도 아니었고 계약으로 받은 돈이었는데 그저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그 돈을 다 쓸 때 까지 여행을 한 것이었다. 그의 과감한 도전과 실행력의 바탕에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게다가 제작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만들었으나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은 불과 5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런 과정을 모른 채 영상을 보고만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욱더 생각이 복잡해졌다. 정작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도 유튜브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미치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문득 우리는 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유튜브, 넷플릭스가 대세라고 하지만 무작정 영상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아이들에게 읽을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일주일에 두 편씩 올리고 있다. 일단 그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책을 읽어야 한다. 지난주에는 도서관에 가서 직접 책을 골라보았다. 그러다가 정말 멋진 책을 발견했다. 읽어보니 너무 재미가 있어서 꼭 소개해야겠다 생각하고 영상을 촬영했다. <북촌 김선비 가족의 사계절 글쓰기>라는 책인데, 김선비가 말썽쟁이 막내 아들의 행동을 바로 잡기 위해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우리 조상들의 다양한 글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책이었다. 그저 재미있어서 쭉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마지막에 제시된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는 점차 즉흥적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정신수양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옛 조상들이 정신 수양을 위해서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시적이고 화련한 것에만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것은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생각없이 저지르는 일들로 인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너무도 많아진 지금, 정신 수양이 절실히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게도 필요한 것이라 본다.




AI가 도래하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하는 생각만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다면 내가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책 읽기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근래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글을 쓰면서 그것을 정리하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지만 얼마 전 남편과 싸우고 나서 남편이 한 마디했던 것이 기억난다.


"요즘 글쓰기 하더니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왜 이렇게 논리적이 된 거야?"


엉뚱한 상황에서 들은 칭찬 아닌 칭찬이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꾸준히 읽고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었나 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 동안 나의 생각 또한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작가의 말 처럼 그 시간이 나의 정신 수양의 시간이 된 것 같다.


make it count 영상을 만든 Casey Neistat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왔겠지만, 그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 혹은 그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되기 까지는 그 자신만의 오랜 수양의 시간이 있었던게 아닐까? 오랜 기간의 인풋을 통한 내면의 수양이 있었기에 멋진 아웃풋이 나오게 된 것이라 여긴다. 그 인풋은 아마도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한 정신 수양이었을 것이라고 나름 추측해 본다.


그냥 좀 더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밝은 빛 속에 짙은 어둠이 존재하듯 너무 화려한 것만 좇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나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때 혼돈의 세상 속에서 내가 설 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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