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전시

현대카드 스토리지 《the Issue》

by Haim Jung

전시 기간: 21.04.02-21.08.29

관람일: 21.06.29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직접 수집한 5종류의 잡지를 전시한다. 잡지라는 것이 문화의 한 부분을 깊게 다루는 종류의 책인데, 그것을 5종류나 모았다는 게 라이프스타일 문화 전반을 주도하는 현대카드의 성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아날로그가 가진 힘을 잘 살리고 있다. 잡지를 직접 넘겨보고, 잡지와 관련된 책을 감상하고, 잡지에 나온 가구를 직접 보고, 잡지에 나온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등 잡지의 컨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여러 시대의 잡지를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온 잡지 시리즈를 직접 펼쳐보는 경험은 몇십 년의 세월을 내 손으로 집는다는 쾌감이 있었고, 오래된 신문을 펼쳐볼 때는 오랜만에 내 어깨보다 넓은 반경으로 움직여 보는 매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다양한 지면 디자인을 보면서 시대별로 지면 디자인이 변해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감염 위험 때문인지 전시를 볼 때 일회용 장갑을 껴야 했는데, 맨손으로 보았다면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기 훨씬 좋았을 것이다.

전시 전경

또한 전시는 정보를 보기 쉽게 가공해 많은 사람들이 전시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다섯 종류의 잡지로부터 20세기~ 현재까지의 주요 문화적 사건들을 추출한 연표가 있었는데, 이 연표를 별도의 카탈로그로 제작했다. 다른 전시에서도 연표를 많이 보지만, 사진으로 찍어가면 내 경우엔 나중에 보는 일이 없다. 보기 편하게 찍기도 힘들고 스마트폰 갤러리의 수많은 사진 속에 묻혀서 그런 연표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물이 있는 경우엔 처음 가져왔을 때 손에 닿는 곳에 보관해두면 언젠가는 꺼내본다. 이것뿐만 아니라 리플렛 역시 전시장의 거의 모든 내용을 카탈로그로 옮겨 놓은 것을 보면서, 전시장 안에서의 경험을 넘어 전시를 본 이후의 경험까지 고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하는 잡지들로부터 추출한 문화 연표

평소 전시를 볼 때 작품만 감상하기보다는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함께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잡지 위주로 감상하다 보니 공간에 대한 감상도 '컨텐츠를 감상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는가?'라는 관점으로 보았다. 공간적으로는 잡지별로 색을 구분해 자연스럽게 섹션을 분리하고 시대적 특성으로 인해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은 개인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등 정보 전달과 작품 감상에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대부분의 미술 작품은 작품으로부터 떨어져 감상하는 반면 이 잡지들은 직접 만지고 넘겨볼 수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의 전시 경험 과정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는 UX적 성격의 공간 디자인이었다.


현대카드라는 '기업'에서 진행한 이번 전시는 컨텐츠 위주의 내용으로 인해 일상적이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기관 전시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전시장은 책과 관련된 컨텐츠들을 함께 큐레이팅한 좋은 서점 같은 느낌이 들어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다 오래 머무를만한 공간일 것이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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