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재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놀이하는 사물》

by Haim Jung

전시 기간: 21.06.10-22.02.27

관람일: 21.07.28



놀이를 할 때, 우리는 각자만의 재미를 찾으며 그 세계에 빠져든다. 《놀이하는 사물》을 보면서는 '제작'에 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전시는 시각의 재미가 극대화된 시대에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영역이 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원형전시실에서 진행되었는데, 과천관은 서울대공원 안에 위치해있어서 코끼리열차를 타고 동물원을 지나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원형 공간은 원 그 자체로 새로움이 있어서, 이번 전시는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놀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원형전시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은박 소재로 마감한 추상적인 형태의 벽들로 공간이 나뉘어 있다. 은박은 주변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색을 띠어서 그런지 모호한 감정을 표현하기 좋은 소재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나무, 철, 도장 등의 마감은 자주 보아서 그런지 소재 자체에 일상의 감각이 많이 묻어있다. 반면에 은박은 상대적으로 덜 친숙하기 때문에 쉽사리 단정 짓기 힘든 놀이의 개념을 표현하기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은박 소재의 가장 큰 특징인 고정적인 색을 갖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질감이 시각 외에 촉각도 자극한다는 사실이 전시 의도와 잘 맞아 보였다. 전체적으로 집기들의 볼륨이 필요 이상으로 비대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 볼륨이 감각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전시 전경

반면 전시 그래픽은 공간과의 연결성이 떨어져 다소 아쉬웠는데, 작품을 단순화한 흑백 그라데이션 그래픽은 공간에 쓰인 은박 소재를 애매하게 차용한 느낌이었다. 은박의 변화무쌍한 질감을 고정된 색으로 표현하니 그 느낌이 잘 살지 않았다. 종이나 후가공에 변화를 주었으면 공간과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전시 그래픽


작가들 각자가 즐긴 재미의 과정과 결과물을 보면서 어릴 적 놀이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일상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름답진 않지만 과정이 재미있어 보이는 작업이라던지, 골드버그 기계가 생각나는 독특한 장난감이라던지, 용도가 있는 물건을 다른 용도로 쓴다던지 하는 다양한 작업들이었다. 즐거운 장소에서의 즐거운 전시.

전시 작품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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