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빈칸을 채우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상설전

by Haim Jung

전시기간: 19.-

관람일: 19.11.19



박물관 유물들은 대개 어둡고 네모난 전시실 속 네모난 진열장 위에 놓여있다. 그러나 가톨릭 순교 성지를 기념하며 지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앞서 말한 일반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있다. 공영주차장 부지를 박물관으로 활용하면서 지상층은 공원으로, 지하의 3개 층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건물의 주재료로는 철제 패널과 적벽돌을 사용한다. 상설전시실은 건물 맨 아래층인 지하 3층에 있는데, 특이하게도 화이트 톤의 조도가 높은 아치 구조로 되어 있고 외부 공간과도 연결된다. 이렇게 독특한 공간 구조는 전통적이지 않은 독특한 전시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박물관 건축


상설전시실은 출입구를 기준으로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왼편에는 개화기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오른편에는 천주교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가운데 메인홀에는 두 개의 외부 공간이 있다. 외부의 작은 정사각형 공간은 천장이 뚫려 있어 지상층의 역사공원과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유물이 아닌 현대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내부에는 과거 유물을, 외부에는 현대 작품을 설치해 같지만 분리된 공간에 같은 주제를 공유하는 다른 시대의 작품을 배치한 것이다. 일부 작품은 제한선이 없어 관객이 작품 가까이 다가가 자유롭게 관람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천주교 박해의 역사와 함께 이 역사를 다양하게 해석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며 역사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 과거 박물관이 유물을 수집하고 보여주는 것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까지 힘을 쓰고 있다.

또한 상설전시실은 구성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만의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네모난 화이트 큐브가 아닌 아치형 공간은 그 자체로 눈길이 가는데, 이 점을 활용해 아치의 테두리에 천주교와 관련된 문장들이 흘러가도록 영상을 투사했다. 성당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공간에서, 관객은 시선이 천장으로 향하면서 공간 자체의 분위기에 집중하게 되고 올려다보는 행위를 통해 공간과 자신의 시선이 향하는 문장을 성스럽게 여기게 된다. 박물관은 작품뿐만 아니라 공간을 통해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박물관의 수가 적고 거대해 모든 유물을 무난히 담아낼 수 있는 평이한 형태의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분화된 주제의 박물관이 늘어남에 따라 공간 또한 특정 주제에 맞게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상설전시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2019년에 개관한 신생 박물관이다. 젊은 박물관답게 과거에 지어진 대규모 박물관들과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박물관의 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박물관이 큰 규모일 필요도 없고 그렇게 짓기도 어렵다. 때문에 앞으로 지어질 박물관들은 기존 박물관에서 놓치고 있는 세부적인, 소외된 장르와 역사를 담아내는 것이 사회와 미래 세대에 기여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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