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를 잇는 징검다리

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칼과 현》

by Haim Jung

전시기간: 19.12.03-20.03.01

관람일: 20.01.11



전시에서 작품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작품에 관한 맥락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정보를 판단한다. 특히 전시를 볼 때는 역사성과 전문성이 강화될수록 작품을 감상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늘어난다. 역사적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할수록, 전문지식이 필요할수록 우리에게 부족한 정보들을 채워줄 맥락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 디자이너는 전시의 구획, 동선, 구획 별 설명, 작품의 개별적인 설명들을 통해 관람자에게 필요한 맥락을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적 정보만으로는 모든 관객에게 동일한 정보를 주기 힘들다. 관객의 연령층이 다양한 만큼 지식수준 또한 천차만별이라,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필요한 것이 전시 공간 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과 같은 시각적 맥락이다. 오래된 작품일수록 현 세계와 작품의 나이 차가 커지고, 우리가 서있는 공간과 작품은 서로 동떨어져 보이게 된다. 관객은 언어적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상상을 통해 그 간극을 이겨내며 전시를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전시를 보는 동안 피로도가 빠르게 쌓이고 집중이 흐려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의 박물관 전시는 시각적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영상과 그래픽을 공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시각적, 언어적 정보를 결합하고 있다. 《가야본성-칼과 현》의 공간 구획 역시 이러한 경향을 띤다.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 파트를 구분 짓는 처음과 중간 지점에 영상과 음악을 유물과 함께 전시해서 유물에 담긴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가야 지배자의 무덤을 재현한 공간도 인상적이다. 이 공간은 실제 무덤의 크기를 본떠 만든 곳으로, 관객이 마치 실제 고분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조도는 아주 어둡게 처리했으며, 유물마다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의 소장품인지 추측한 설명을 적어 관객의 상상을 도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그래픽적인 요소이다. 가야는 순장 풍습이 있어 고분 안에 작은 무덤들이 여러 개 있는데, 이 무덤들의 실제 크기와 무덤 주인의 모습을 영상과 그래픽으로 재현해 전시장의 바닥, 벽, 천장에 표현했다. 덕분에 관객은 보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를 듣는 청각, 직접 걸어 다니는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유물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상
실제 무덤을 본따 만든 무덤 전시 공간


우리는 전시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시간, 그리고 전혀 다른 공간과 마주한다. 전시 디자인은 우리가 다른 세상과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 같은 존재다. 전시를 볼 때 작품과 함께 작품 주변 환경을 살피다 보면, 디자이너가 숨겨둔 징검다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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