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도심 속의 전시

리움미술관 《인간, 일곱 개의 질문》

by Haim Jung

전시기간: 21.10.08-

관람일: 21.11.14



마지막으로 본 리움의 전시는 개관 이래 처음 열리는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이었다. M1에서는 주로 과거의 고미술 전시가, M2에서는 주로 현재의 근현대미술 전시가 열린다면 마지막으로 렘 쿨하스가 설계한 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는 우리의 미래가 될 어린이들을 교육함과 동시에 미래에 관한 전시가 열린다. 그래서 이번 기획전의 주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인간의 존재에 관한 것이었다.



M1, M2와 마찬가지로 기획전 역시 건축의 특성을 잘 이용했다. 아동교육문화센터는 외관이 유리로 마감되어 있고 그 내부는 여러 육면체의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전시장 곳곳에 무작위로 놓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이동한다. 그래서 관객은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내리면서 전시를 접하게 되는데, 전시장에 처음 내려갈 때 우리는 넓은 홀에 놓인 크고 작은 박스들을 보게 된다. 에스컬레이터와 직선의 박스들로 이루어진 공간은 꼭 도시의 풍경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인 도시에서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전시를 본다는 의미가 서로 잘 통하는 듯싶었다. 이렇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정면에 검은 블랙박스 속 새하얀 공간에 놓인 한 얼굴 조각을 보게 된다. 잠을 자는 모습을 표현한 거대한 얼굴은 언뜻 보면 무섭기도 한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도중 내릴 수도 없어서 우리는 이 얼굴 앞에 강제로 도착하게 된다. 이 작품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다주는 주제를 표현하고 있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전시의 강렬한 시작을 알렸다.

전시의 강렬한 첫 시작

그 이후로는 6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는 '나'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해 우리의 몸, 그리고 현재 인간에게 닥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스토리라인이 있는데, 그중 공간과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들이 기억에 남아 소개해보고 싶다.

'펼쳐진 몸'에서 전시장에 놓인 여러 박스들 중 하나는 내부가 온통 강렬한 파란색으로 덮여 있다. 작품은 이브 클랭의 작업으로 인간의 몸을 붓으로 사용해 알몸에 파란 물감을 묻히고 벽이며 바닥을 여기저기 구르며 그림을 그린 것인데, 이 퍼포먼스 영상과 그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다. 영상이 흑백으로 찍혀서 푸른색의 강렬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데, 공간 전체를 작품 속 파란색과 같은 색으로 칠해 영상의 생생함과 작가가 표현하려 했던 파란색의 강렬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브 클랭의 퍼포먼스 영상과 그 결과물

그다음 순서인 '일그러진 몸'에는 주로 사면에서 감상하는 조각 작품들이 놓여 있는데, 이들은 다른 박스 형태의 전시 공간과 통일성을 주면서도 사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린 형태의 박스로 하나의 섹션을 이루고 있었다. 작품의 물리적 특성을 잘 반영하기도 했지만, 열려있는 이 공간이 마치 도시 속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처럼 보이기도 해서 여러 의미로 좋은 배치라고 느껴졌다.

열린 박스 형태의 배치

바로 옆의 '다치기 쉬운' 섹션에서는 한 호텔 건물의 단면 사진에 각 방 손님들의 사생활이 그대로 보이는 cctv 같은 사진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사진 옆에는 각 방을 크게 확대해서 진짜 cctv 화면으로 훔쳐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디스플레이 방식 덕분에 작품의 주제가 더 크게 와닿았다. 이 섹션에서는 우리가 사는 공간과 관련된 작품들이 많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제각기 다르지만 비슷한 가족 유형들을 사진 찍은 작품은 전시장 내부에 벽이 움푹 들어간 곳에 전시되어서, 네모난 아파트 건물 내부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들을 일렬로 배치하지 않고 무작위로 배치한 것도 그런 느낌을 주는데 한몫했다.

관음증적 성격이 보이는 작품과 그 옆에 놓인 cctv같은 작품 확대 컷
랜덤으로 배치된 가족사진


지하층 감상을 마친 후 지상층으로 올라와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오디오 가이드였다. 리움미술관의 3개 전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오디오 가이드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기획전의 오디오 가이드는 독특한 점이 있어 이 역시 소개하고 싶다. 이번에 리움미술관이 리뉴얼하면서 바뀐 것 중 하나가 티켓, 리플렛 등의 인쇄물을 없애고 디지털화한 것이다. 오디오 가이드를 착용하면 각 작품 앞에 섰을 때 자동으로 설명이 나오고 가이드를 착용하고 있는 내내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그중 기획전 오디오 가이드는 비교적 과거와 현재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지하층,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상층에서 서로 다른 노래가 흘렀다. 지하층의 배경음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익숙한 멜로디이지만 지상층의 배경음은 기이하고 미래적인 느낌의 멜로디이다. 배경음이 바뀔 때 전시의 흐름이 바뀜을 직감할 수 있어서 전시디자인의 경험이 시각과 촉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뻗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상층에서 작품 앞에 서면 미래적인 사운드가 흘러나오면서 우리가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봤을 법한 주제와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그중 인간의 신체를 무한거울이 반복되는 방 안에 설치한 이불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 주제를 잘 표현한 디스플레이라고 느꼈다.

주체성을 잃은 채 매달려 전시된 인간의 몸

전시장은 이곳에서 끝나지만,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전시장에 처음 들어갈 때 지나쳤던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된다. 아동교육문화센터는 처음에 슬로프를 따라 내려간 후 티켓을 확인하고 전시장에 입장하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3개의 설치 조각 역시 관객이 걸어가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놓여 있어서 관객 입장에서는 처음에 작품의 뒷면을 보게 되고, 대부분 의아해하며 일단 전시를 보러 간다. 그런데 전시를 보고 아동교육문화센터 바깥으로 나올 때 이 배치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처음과 반대로 슬로프를 올라가면서 세 작품의 앞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 작품들은 모두 인간의 모습을 다룬 것으로, 차례로 조지 시걸, 안토니 곰리,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이 놓여있다. 앞에서 뒤로 갈수록 추상화된 인간의 모습을 보고 그 사이를 걸어가면서 우리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이번 전시 주제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길
전시장 바깥으로 나가는 길



이로써 고미술 소장품전, 현대미술 소장품전, 기획전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시작한 리움미술관의 세 전시를 모두 살펴보았다.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각 전시의 주제와 리움미술관의 자랑인 건축이 잘 연결되어 전시뿐만 아니라 훌륭한 건축 또한 누릴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오늘 소개한 기획전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앞으로 살아갈 시대에 관한 주제여서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재개관한 만큼, 앞으로도 리움에서 다양한 작가들과 전시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3개 건물로 구성된 리움미술관 전경




전시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