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가 전시를 디자인한다면

DDP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

by Haim Jung

전시 기간: 21.11.27-22.03.20

관람일: 21.12.09



살바도르 달리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작가지만 대부분의 유명인이 그렇듯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러한데, 이번 전시는 달리라는 사람과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보는 내내 이 친절함이 과한 것은 아닌지에 관해 고민했는데, 결국 달리와 어울리는 성격의 친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시 초입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달리는 계획적인 천재였던 것 같다. 죽은 형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어머니에게 자기 존재를 증명해 보이려 일부러 기이한 행동을 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달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굉장히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그가 작업에 영향을 받았던 대상, 연구한 기법, 작업했던 장르를 명확하게 구분해 알려주는데, 이러한 전시 구성을 볼 때 그는 작품에 영향을 받는 대상이 매우 뚜렷했고 적극적으로 자기만의 기법을 발명한 사람이었다. 또한 회화를 넘어 삽화, 애니메이션, 영화, 무대, 인테리어까지 활동 범위가 매우 다양했다. 유년기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 존재의 증명에 굉장한 노력을 쏟았던 것이다.

유명인의 얼굴을 인테리어로 작업한 달리의 작품

이런 달리의 성격을 닮았기 때문일까, 다소 과해 보였던 공간 디자인은 전시를 다 보고 나서는 어느 정도 납득되었다. 전시장은 섹션마다 다른 색을 사용해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래픽을 활용한 부가적인 설명들도 많았다. 그리고 관객에게 이 설명들을 찬찬히 이해시키기 위해 전시 동선이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작품들은 대체로 회화여서 벽에 걸린 경우가 많았으나, 삽화류와 같이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작품은 큰 볼륨의 좌대에 놓였다. 이런 배치가 '작품'을 잘 보여주는지는 의문이었다. 작품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공간이 더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를 보는 중 이런 생각을 했던 것과는 무색하게 전시를 보고 난 후에는 만약 달리가 자신의 회고전을 디자인했다면 이렇게 디자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달리에게 있어서 작품은 곧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이기에 작품 자체보다도 작품을 통한 자신의 존재, 자신이 의도한 주제를 관객이 알아주길 바랐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작품과 함께 보이는 그의 문장, 밀레의 만종으로부터 느꼈던 극적인 감정을 표현한 공간, 작품을 그리며 연구한 다양한 기법의 연출까지 전시는 마치 달리의 일생을 연극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이 가장 잘 드러난 전시는 아니지만 작가가 잘 드러난 전시였다. 명확한 동선과 화려한 바탕 위에 놓인 작품들은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고 또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달리의 모습을 닮았다.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이라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작가의 배경에 따라 이런 방식의 전시도 좋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늘 100%의 진리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전시 공식 사이트


*전시장 내부는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