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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Oct 24. 2021

미술 재료로서의 인스타그램

아르코미술관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전시 기간: 2020.07.09-2020.08.23

관람일: 2020.07.21



SNS에 관한 전시라고는 하지만 거의 인스타그램에 관한 전시였다. 2019년에 whatreallymatters에서 기록에 관한 전시를 열어보기도 했고, SNS가 요즘 기록 용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매체여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되었다. 전시디자인의 키워드는 '흐름'이다. 작품 자체의 구성, 그래픽, 가구와 배치까지 모두 '흐름'의 형식을 갖고 있다. 또한 이는 SNS의 특징이기도 한데, 개인의 수많은 데이터가 모여 어떤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선 작품들은 인스타그램 자체 또는 그 형식을 다른 재료로 표현한 작업이 많아서 한 장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기보다는 여러 작업들이 모여 하나의 인상을 만들어냈다. 그중 "shapeofgreed"가 기억에 남는데, 작품명은 '욕심의 형태', 또는 '그리드의 형태' 두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주요 해시태그 중 하나인 음식을 인간의 욕망이 담긴 푸드포르노로 보고 음식의 칼로리, 열량 등의 정보를 그리드화하여 해당 음식에 맵핑한 작업이다. 이중적인 제목과 그 의미가 정확히 맞닿는 지점이 기억에 남았다.

여러 사진들이 모여 하나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작품들
shapeofgreed

     메인 그래픽은 전시 키워드들이 스마트폰 화면 비율에 맞춰 스크롤되는, 세로로 긴 텍스트들을 이미지로 활용했다. 그리고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할 때 계단 벽에 붙여진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는데, 하나의 벽돌이 모여 건물이라는 큰 덩어리를 이루는 아르코미술관의 건축 성격이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이루는 게시물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활용해 벽돌 하나하나에 유도 사인을 붙여놓았다. 전시장이 아닌 이동 공간도 전시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점이 좋았다. 또한 전시장 출구에는 해시태그를 활용해 전시 크레딧을 제작한 것이 센스 있었다. 아르코미술관 자체에 대한 내용부터 작가와 작품, 그리고 기획자들에 대한 내용까지 이어지는 흐름과 그 속에 기획자들의 노고를 풀어낸 점이 신선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전시 서문과 계단 그래픽
전시 크레딧

     마지막으로 공간 디자인은 군집을 이루는 작품들의 성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진열장들이 각 작품의 스케일에 맞게 제작되어 있었다. 특히 가상의 선전 영상을 보는 의자는 선전이라는 목적에 잘 몰입할 수 있도록, 앉으면 천장에 매달린 TV를 올려다보는 자세를 취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작품마다의 특성을 고려한 점이 느껴져 좋았다.

다양한 이미지들을 걸거나 붙여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기물들
앉으면 몸이 뒤쪽으로 기울어 정치 선전에 압도당하게 되는 의자


이번 전시는 주제 자체가 친근한 내용이라서 처음 봤을 때 조금 어려운 작품도 한번 더 고민하고 생각해보려 했던 것 같다. SNS가 주제 겸 재료가 되다 보니 그것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깔려있어서 그런 것 같고, 이런 점에서 모두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매체를 미술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 예술에 대한 장벽을 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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