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감각, 상상의 구현

코엑스 《2022 서울리빙디자인페어》

by Haim Jung

전시기간: 2022.02.23–2022.02.27

관람일: 2022.02.25



2년 연속으로 리빙디자인페어에 방문했다. 원래 페어에 자주 방문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작년부터 문득 전공자로서의 의무감 같은 마음이 들어서 작년과 올해 모두 다녀왔다. 작년에 비해 올해 가장 두드러진 점은 현실을 벗어난 컨셉추얼한 공간 연출이 많았다는 점이다.


먼저 작년인 2021년에 많이 회자되었던 부스는 수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일상의 감각을 담은 윤현상재의 '일상, 위요감', 키네틱 미디어 아트로 물 위에 떠다니는 연등을 만든 '풍화, 아세안의 빛', 마지막으로 주거 공간의 공간별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Layered Home' 정도였다. 세 부스를 통해 2021년 리빙 디자인 페어는 부드럽고 차분한 스타일이 주가 되어 코로나19가 퍼진 직후 급격히 바뀐 주거공간의 존재, 그리고 그 공간에 머무르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왼) '일상, 위요감', (오) Layered Home, (하) '풍화, 아세안의 빛'

올해는 작년과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동시에 주거공간의 영역이 물리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가상현실까지 흡수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작년처럼 일상의 감각에 집중하는 경향은 자연의 감각을 주거공간으로 불러온 한솔홈데코의 '공간의 감각', 소프트 미니멀리즘을 표방한 82 빌리어스의 부스, 여러 작가들의 가구 작품을 모아둔 '공예 공간', 그리고 거리에 대한 의미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기획전시 '월든 2022'가 있다. 이들 부스는 차분하고 고요한 주거공간의 이미지를 구현해 코로나19 시대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할 법한 공간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왼) 공간의 감각, (오) 월든 2022

사람들이 실제로 살법한 공간뿐만 아니라 상상으로 그리던 공간의 컨셉추얼한 연출도 많았다. 예년과 다르게 가구에 원색적이고 헤비한 패턴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고, 공간적으로는 내가 보고 있는 게 주거 공간인지 브랜드 쇼룸인지 헷갈릴 정도로 보이는 것에 치중한 비현실적인 부스들이 많았다. 강렬한 색감으로 이번 부스 디자인의 컨셉을 잡은 레어로우와 상상의 세계를 풀어낸 고스츠의 부스가 대표적이었다.

(왼) 레어로우, (중, 우) 과감한 디자인의 가구들

두 흐름은 전자의 경우 주거공간의 현재를, 후자의 경우 근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 주류의 경향을 뒷받침하는 주제의 부스들도 있었다. 먼저 ar을 통해 인테리어를 시뮬레이션하는 서비스인 어반베이스는 가구를 파는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브랜드들과 제휴해 시뮬레이션만 전문으로 하는 독자적인 플랫폼인데, 이런 점이 가상현실의 일상화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또한 예술작품을 저렴하게,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갤러리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렇게 예술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흐름 역시 가상현실적 이미지가 일상적으로 소비되는데 한몫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두 경향을 모두 아우르는 부스가 하나 있는데, 바로 최근 들어 힙한 플래그십 스토어로 인기가 많은 시몬스다. 멍 때리기를 주제로 한 평화로운 정원 느낌의 라운지 뒤에 이질적인 소품들의 믹스매치로 구성한 그로서리 스토어 컨셉의 부스는 쌀을 우유팩에 담는다든지, 생활용품을 정육점 냉장고 안에 전시하는 식의 이질적인 연출로 올해 페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 올해 주거 디자인의 큰 흐름을 모두 표현한 것을 보면서 인기에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시몬스 부스

이런 흐름대로라면 내년에는 상상적 공간의 연출이 더 많아지고, 특히 예술작품 구매 플랫폼들 중에서는 NFT 관련 서비스들도 올해보다 좀 더 안정된 수준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미래적인 흐름과 대비되게 실제 사람들이 구매하고 사용하는데 관심 있는 일상적인 디자인들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양극의 욕구는 항상 존재하니까 말이다. 따라서 트렌디하면서도 실제 사람들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디자인에 재질/형태/컬러 등 어느 한 부분에서 작은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현재에서 딱 한걸음 더 나아간 만큼의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어는 현재 시장의 흐름과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도움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페어에 간다는 것은 스스로 숙제를 만드는 기분이다. 하지만 2년 연속으로 방문해보니 작년에 비해 눈에 보이는 것도 많고 작년의 것과 비교해보는 등 다양한 감상을 느낄 여유가 생겼다. 리빙 디자인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산업이기도 하니 꾸준히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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