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전시는 기획이나 전시 구성이 좋아서 항상 챙겨보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 소장품 전시였는데, 소장품전이다 보니 기획보다는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는데 집중한 모습이 보였다. 1~6 전시실 중 1, 2, 5 전시실은 규모가 크고 3, 4, 6 전시실은 그 사이사이에 작은 방처럼 분리되어 있다.
1(병풍)-2(도자)-3(찻잔)-4(가마)-5(생활 소품)-6(목재 가구) 순서로 전시가 진행되는데, 규모가 큰 주요 전시실 위주로 살펴보면 병풍 및 그림이 전시되는 1 전시실은 그림이 흐르는 듯 한 병풍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거대한 전시실에 여러 갈래로 흐르는 길을 냈다. 작품의 규모나 분위기에 따라 길을 넓게, 좁게 조절해서 작품마다의 감상 간격을 자연스럽게 조절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방향으로 갈라진 길
도자가 있는 2 전시실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감탄했던 공간이었다. 관객은 거대한 전시장을 가득 채운 삼각형 테이블 사이사이로 들어가 도자기의 모습을 여러 방향에서,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이 벽을 따라 놓이는 경우 회화나 부조가 아닌 이상 작품의 뒷면을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데, 이 점을 보완한 좋은 진열 방식이었다. apma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였던 것인지 전시장 내의 설명글에 이 공간의 전시디자인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자기의 모습을 여러 방향에서, 가까이 감상할 수 있는 테이블
자기의 종류를 설명하는 캡션
3, 4 전시실에는 찻잔 컬렉션과 가마가 전시되었고, 5 전시실의 생활 소품들은 다각도에서 관람해야 하는 작품/모아서 보아야 하는 작품으로 나뉘어 각각 아일랜드형과 액자형으로 전시되었다. 마지막 6 전시실은 목재 가구를 개별적으로 전시하기보다는 형태에 따른 레이아웃을 찾아 새로운 느낌으로 설치해서 유물이라기보다는 현대의 설치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찻잔 컬렉션과 가마
형태에 따라 벽과 테이블에서 분리해 감상하는 생활 소품들
가구가 가진 특성을 활용한 레이아웃
이번 전시를 보면서 고미술품이라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 디자이너는 기획과 주제에 맞는 작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때문에 전시 디자인을 아는 것은 전시의 전반적인 구성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여서 그런지 전시장을 나오면서 마주친 관계자분께서도 새로운 공간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고, 전시장 내 설명글과 리플렛에서도 공간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전시에서 공간 디자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이번 전시가 사람들이 전시를 감상하는 또 다른 시선을 알게 된 기회이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