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으로써 채우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CHAPTER THREE》

by Haim Jung

전시 기간: 21.02.23-21.08.22

관람일: 21.02.23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두 번째 현대미술 소장품전은 이전의 고미술 소장품전처럼 전시 기획보다는 개별 작품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향에 집중했다. 2019년의 바바라 크루거전에서 보였던 큰 공간감이나 2020년 고미술 소장품전에서 보였던 독특한 진열 방식에 좋은 반응이 이어지다 보니 apma는 매 전시마다 새로운 전시 구성에 집중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공간을 구성하는데 이전 전시들처럼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지는 않아서 자세히 관람하기 전에는 다소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시장을 직접 걸어보면 꼭 작품 외의 물리적인 요소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작품 배치만으로도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첫 공간에는 목공예품과 함께 추상, 팝아트 풍의 회화를 두었다. 재료로 봤을 때 전통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를 표현한 것처럼 보이고, 이는 바로 앞 전시였던 고미술품 소장품전을 떠올리게 한다. 앞 전시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현대미술 소장품전에 입장하는 공간 같은 곳이다.

첫 공간

두 번째 공간은 반짝이는 검은 실로 된 문발을 지나치면 등장한다. 이 문발이 굉장히 센스 있었는데, 내부에 있는 설치작품이 메탈, 유리 소재로 되어 있어 이를 강조하기 위해 전반 조명은 약하게 켜고 스포트라이트를 주로 사용해 대비감이 강한 어두운 공간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공간의 성격과 닮은 문발을 설치한 점이 참 섬세하다고 느꼈다. 또한 이곳에 설치된 작품들이 가상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주제, 형식적으로 좋은 시너지를 내는 배치였다.

2번째 공간

이 공간을 나와 3번째 공간으로 가면 검은 실만으로 다양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단독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360도 주변을 돌면서 볼 때 모두 다른 원근감을 느낄 수 있기에 주변에 다른 작품 없이 오롯이 혼자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았다.

3번째 공간

4번째 공간은 큰 가벽으로 직사각형 공간을 직각삼각형으로 나누어서 서로 영향을 준 작가들 및 재료에 따라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시리즈로 된 작품들을 긴 대각선 파사드에 전시해놓으니 그들만을 위한 벽이 되면서, 대각선으로 진열되어 원근법으로 인해 그 규모가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또한 전시의 유일한 영상 작품은 안쪽의 분리된 공간에 전시해 다른 작품과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4번째 공간

5번째 공간은 대형 작품들을 벽면에 설치하고 가운데 공간은 텅 비워서 마치 무대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층고와 너비 모두 굉장히 넓어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신나게 걷고 싶기도, 춤을 추고 싶어지기도 하는 공간이다. 사람은 산책을 할 때 뇌가 활성화되어 여러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하는데, 이 공간은 개념미술 위주의 작품, 다양한 방향과 거리에서 보아야 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작품당 필요한 여백이 많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을 인지하고 개입을 최소화한 점이 좋았다.

5번째 공간

마지막 공간에서는 소장품 작가 중 얼마 전 작고하신 분을 추모하면서 전시를 마무리하고, 이 외에도 엘리베이터, 캐비닛 룸, 계단 등 곳곳에 작품을 설치해 미술관에서 나온 후에도 전시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바깥


현대미술, 그리고 소장품전이라는 장르는 그 특성상 하나의 주제로 작품들을 엮기는 힘들다. 이번 전시는 그 점을 알고 기획자의 의도를 최소화해 작품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전시 자체의 이미지는 강렬하지 않지만 작품 개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적합한 방식이었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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