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해서 산책을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곧 비가 쏟아졌다. 그러다 소나기가 내렸다 갠 것처럼 맑아졌다. 산책이라도 나갈걸 하는데 잠시 뒤 먹구름이 밀려와 비가 쏟아졌다. 이 패턴이 하루 종일 반복됐다. 오후 4시쯤 되니 공기 중 습기가 사라지고 날이 쾌적하게 개고 있었다. 이제 비는 다 왔구나 싶어 밖으로 나왔다. 성급한 판단였다. 갑자기 비발디가 사계 봄 1악장을 표현한 그대로의 상황('먹구름이 몰려와 봄을 알리는 천둥번개가 소란을 피운다')이 펼쳐졌다. 이곳은 동남아인가. 근처 도서관으로 피했다가 해가 나길래 밖으로 나왔더니, 아뿔싸. 이번엔 해기 뜬 상황에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이러니 파리의 꽃과 나무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파리의 녹음이 우거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