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Jardin du Luxembourg

by 알스카토

비가 내렸다 해가 떴다를 반복하더니 역시 뤽상부르 공원은 밀림으로 변해 있었다. 나뭇잎 크기가 성인 얼굴 크기와 비슷하다. 오늘도 하루종일 흐림이다. 1년이 지나도 파리 날씨의 변덕은 적응이 안 된다. 허나 그 변화무쌍함이 파리의 또 다른 매력인 건 조금씩 느끼고 있다. 화창한 날엔 구걸하는 거지마저 아름다워 보이지만, 에펠탑 꼭지가 가려진 오늘 같은 날엔 내면의 멜랑콜리한 예술가가 소환된다. 우울과 몽상이 딱 어울리는. 조울의 경계를 넘나들 때 예술적 생산력이 정점에 오르는 것처럼. 예술가들이 파리로 몰린 것도 이런 이유가 아녔을까. 울창한 나무와 먹구름을 배경으로 하는 뤽상부르 공원의 조각이 오늘따라 쇠락하는 로마 말기를 동경했던 데카당스 작품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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