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유럽 배낭여행 코스로 파리에 왔을 때 몽마르트르언덕에 왔다가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다. 말이 소매치기지,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듯 당당하고 거칠게 지갑을 꺼내려 한, 강탈에 가까운 행동였다. 겨우 지갑을 사수한 뒤 겁에 질려 호텔로 돌아온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번에 파리에 왔을 때도 몽마르트르 쪽은 이상하게 가기 싫었다. 그러다 몽마르트르를 찾았을 때, 아 당시 내가 파리의 좋은 구경거리를 놓쳤구나 생각했었다. 오늘은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협상 조건 (어린이날 선물 같이 사러 가기 등)으로 아이들을 설득, 몽마르트르로 향했다. 앗, 비가 온다. 그런데도 사람이 미어터진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아들들 표정이 어둡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 파리 뷰포인트에 도착한 애들은 염세주의자처럼 이제 뭐 하냐, 이게 끝이냐 같은 말을 던졌고, 내가 할 수 있는 개인기라곤 몽마르트르의 유명한 사진 트릭, 가라앉는 집을 보여주는 정도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1분 정도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