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7@Rue de la Cavalerie

by 알스카토


출근길에 만나는 거지 아저씨가 봄맞이 집단장을 했다.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물건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화사한 샛노란 장미. 정성스레 모셔놓은 걸 보니, 구걸해서 받은 돈으로 꽃을 먼저 산 게 아닐까 싶다. 얼핏 너무 사치스러운 게 아닌가 싶었는데, 요즘은 좀 이해가 간다. 내게 꽃은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그만인 것이지만, 프랑스인들에겐 필수품이니. 한 끼의 바게트나 하룻밤 맥주보다 봄 풍경과 함께할 꽃이 더 중요했을 거지 아저씨의 인생관을 생각하면, 난 우리가 아직 따라잡지 못한 프랑스와의 간극이 느껴진다. 생존을 걱정했던 사람들에겐 잉여이지만, 생존이 당연한 사람들에겐 필수적인 것들. 고기가 생기면 이걸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까 고민하며 고깃국을 끓인 사람도 있지만, 고기의 가장 맛있는 부위를 어떻게 먹을까에만 집중한 사람도 있다는 것. 생존이 아닌 생존 방식을 오랜 기간 고민해 온 흔적을 확인하면, 사실 프랑스인이 꽤 많이 부워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516@Port de Suff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