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아이들이랑 왔다, 5분 만에 떠나야 했던 생트샤펠을 다시 찾았다. 다시 와보니 아이들의 심정이 전혀 이해 안 가는 건 아녔다. 법원 건물인 팔레드쥐스티스의 좁은 길을 따라 도착한 생샤펠 1층 성당은 작고 좁으며 어둡고 붐빈다. 시시하고 초라하다. 사실 이곳은 1200년대, 프랑스가 어렵게 입수한 예수님의 가시관을 보관하기 위한 저장소로 만들어진 곳이다. 굳이 크고 화려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국왕들은 공을 세운 귀족들에게 가시관에서 떨어진 가시를 선물로 하사했다고 한다. 짝퉁을 줘도 아무도 몰랐을 거다.) 하이라이트는 신약성경의 1,100개 장면을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해 낸 2층. 물론 이곳 역시 아이들 입장에선 와이드 앵글로 감탄 한번 하고 끝날 수 있는 풍경이겠지만,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을 타이트 앵글로 뜯어보면 진심 감탄하게 되는 성당이다. 1,100개의 그림 중 출처가 신약이 아닌 단 하나의 작품이 있다. 바로 예수님의 가시관을 인도하는 성루이왕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 다음에 애들이랑 오면 이 그림 찾기 미션을 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월리도 기꺼이 찾는 애들이니 성루이왕 찾기도 좋아하지 않겠나. 그 정도면 어른 관람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