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품종이 적혀있는 신대륙 와인과 달리 프랑스 와인은 생산지만 적혀있어, 보르도나 생떼밀리옹 정도만 아는 나 같은 사람은 와인 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모르면 어떤가. 마트 가면 온갖 종류의 프랑스 와인이 널려있는 걸. 파리 정착 초기의 난관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와인의 힘이었다. 내겐 그 이유만으로 와인은 충분히 신의 물방울이었다. 1년이 넘어가니 내가 뭘 마시는지는 좀 알고 싶어 졌고, 동네의 와인 시음 코스를 신청해 봤다. 미국 영국 관광객을 위한 영어 강좌였다. 물론 엄청난 지식을 한 번에 준 건 아니지만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파리 와인 지도를 보여줬으며, 그래도 7유로 넘는 와인을 사라는 충고도 유용했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골라준 와인을 적절히 페어링 된 맛난 치즈와 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파리 와서 찐 살은 그냥 한국 돌아가서 빼는 게 현실적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