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서 일주일쯤 지내고 나니, 가파른 언덕길, 울퉁불퉁한 자갈 포장, 무질서한 좁은 골목과 낡은 주택, 그리고 골목길 야외 테이블서 밥 먹는 사람들이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바꿔 말하면, 다시 돌아온 파리가 조금 새롭게 보인다는 것. 깔끔하고 평평한 길, 우아한 오스만식 주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카페의 야외 좁은 테이블에 다닥다닥 앉아서 에스프레소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모습은 리스본과 어울리지 않는 파리식 풍경.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날씨다. 염세적인 사람도 현재를 대책 없이 즐기게 만들어주는 리스본의 햇살이 파리엔 없다 그 대신 예술가의 창작열을 자극하는 멜랑콜리한 구름이 파리의 매력이다. 비가 쏟아지기 전, Saint-Jean-Baptiste of Grenelle 교회 풍경이 편안해지기 시작한 걸 보니 이제 파리에 좀 적응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