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4@Av. des Champs-Élysées

by 알스카토


출근길 이용자를 위해 도로 작업을 한밤중에 하는 한국의 디테일을 기대한 건 아녔지만, 파리는 출근길 이용자가 가장 몰리는 시간을 체크한 뒤 그 시간에 맞춰 도로 공사를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정말 이곳의 길 막기는 늘 급작스러우며 대범하다. 도로 보수, 마라톤, 기타 다양한 행사들로 종종 도로를 차단하는데, 어디로 우회하라 따위의 설명은 대부분 없다. 처음 이걸 경험했을 땐, 이게 왜 문제고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따지며 혼자 화를 냈지만 이젠 '앗 이런'하고 만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생겨먹은 도시인걸. 점심시간, 복잡한 샹젤리제 진입로 하나를 다 막아놓고 횡단보도를 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내를 어떻게 한 건지 이미 1차선 일방통행로에 들어와 당황하는 운전자가 여럿 보인다. 표정들을 보니 베테랑들이다. 경적도 울리지 않은 채 맑은 파리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 쉬는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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