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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Pont des Arts

by 알스카토


세련되고 쿨한 파리의 이미지와 안 어울리는 게 관광지의 야바위꾼이다. 70년대 배경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전형적인,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류의 말을 쉬지 않고 해대며 주사위를 숨긴 컵을 현란한 손동작으로 섞는 그런 뻔한 사기꾼들이 엄청 많다. 처음 놀랐던 건 구경꾼들의 리액션. 너무 뻔한데 쉽게 속고, 반응도 격하다. 이 사람들이 고급스러운 미술과 음악만 접해서 순박한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 아녔다. 같은 코스로 출퇴근을 하면서 보니, 손님들은 늘 그대로, 리액션마저 똑같다. 전부 패거리인데, 일당을 교체하려는 노력 따윈 없다. 늘 같은 사람이 정해진 역할을 기계적으로 하기에, 속으로 저래서 돈이나 벌겠나 싶었는데 그 마저도 내 착각이었다. 1년에 프랑스를 찾는 관광객이 9,000만 명이다. 한국 인구의 두 배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거니 유동 인구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니 사랑의 블랙홀처럼 매일 같은 야바위짓을 하며, 하루에 2-3명의 멍청이만 낚으면 수지타산이 맞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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