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10분. 아직도 밖이 환하다. 가로등은 꺼져있다. 상점들의 불빛은 장식에 가깝다. 어제가 절기상 하지였으니, 오늘은 공식적인 여름의 첫날이다. 2023 파리의 여름 첫날은 오전 내내 비가 오더니 해질 무렵, 환상적인 매직아워 하늘이 나타났다. 낮이 길어진 파리는 문자 그대로 '움직이는 축제'가 된다. 곳곳에서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7시-8시쯤 더위가 피크를 찍고 나면 9시부터 바람이 불고 날이 선선해진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수다 떨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파리의 여름 초입 밤 날씨는 그 어떤 걱정과 불안도 일시적으로 잊게 해주는 마약 같은 힘이 있다. 여기에 와인을 살짝 곁들여주면, 날씨가 주는 일시적인 힐링의 기분을 좀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 10시 30분, 가로등 불빛이 켜졌다. 날은 어두워졌지만 파리의 조명은 더 밝아졌다. 화려한 야경의 시작. 날은 여전히 쾌적하다. 이러니 사람들이 두 배나 비싼 돈을 주고 지금 이 시기의 파리를 찾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