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626@Palais Bourbon

by 알스카토


프랑스의 왕조 중, 영화 등을 통해 가장 잘 알려진 왕조는 부르봉 왕조다. 이자벨 아자니의 미모가 절정이던 때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여왕 마고>는 발루아 왕조가 끝나고 앙리 4세의 부르봉 왕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상상력 조미료를 듬뿍 쳐 보여주고 있다. 그 뒤 우리가 잘 아는 루이 14세까지 내려오는데, 그는 자기 딸을 위해 이 부르봉 궁전 Palais Bourbon을 지어준다. 이후 루이 15세에게 성을 하사 받은 한 귀족이 성심 성의껏 궁전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귀족에게 미래를 보는 눈이 있었다면 그런 헛수고 따윈 하지 않았을 텐데. 확장 공사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세상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궁전 재건축에 무려 23년을 바쳤지만, 성에 머무른 시간은 고작 1년. 완공 직후 프랑스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귀족은 성이 아닌 목숨을 선택, 국외로 도주했다. 그 이후부터 부르봉 궁전은 프랑스의 국회, 엄밀히는 하원 건물로 쓰이고 있다. 한 치 앞의 변화도 모른 채, 현재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은 유전자에 새겨진 인간 고유의 특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오늘따라 해지는 부르봉 궁전 앞이 유달리 쓸쓸해 보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625@Pont Levant de Crimé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