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엔 팍스 PACS란 제도가 있다. 직역하면 시민 연대 계약인데 우리로 치면 동거 제도다. 동성 커플을 위한 제도로 1999년 시작됐는데, 지금은 많은 젊은 이성 커플이 팍스를 맺고 있다. 팍스의 가장 큰 장점은 결혼보다 심플하지만. 결혼과 거의 동일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것. 주변에도 팍스 커플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 구청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아이를 동반한 오래된 커플의 결혼식이다. 팍스로 지내다 일종의 이벤트처럼 혼인 신고 전 간소하게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이다. 난 한국 저출산 해결에 이보다 더 도움 되는 제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결혼은 젊은 세대가 혼자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무언가가 돼버렸다. 결혼이 줄어드니 출산율도 낮아질 수밖에. 마음 맞는 남녀가 가볍게 시작하다 보면 다양한 미래를 논의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찾아보니 2014년 생활동반자법 초안이 준비됐다는데, 강한 반대로 발의도 못했다고 한다. 짝꿍계약법, 사랑꾼양성제도 같은, 작명 센스를 발휘하여 법안 발의를 다시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