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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Marie du 15e Arr

by 알스카토


프랑스엔 팍스 PACS란 제도가 있다. 직역하면 시민 연대 계약인데 우리로 치면 동거 제도다. 동성 커플을 위한 제도로 1999년 시작됐는데, 지금은 많은 젊은 이성 커플이 팍스를 맺고 있다. 팍스의 가장 큰 장점은 결혼보다 심플하지만. 결혼과 거의 동일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것. 주변에도 팍스 커플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 구청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아이를 동반한 오래된 커플의 결혼식이다. 팍스로 지내다 일종의 이벤트처럼 혼인 신고 전 간소하게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이다. 난 한국 저출산 해결에 이보다 더 도움 되는 제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결혼은 젊은 세대가 혼자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무언가가 돼버렸다. 결혼이 줄어드니 출산율도 낮아질 수밖에. 마음 맞는 남녀가 가볍게 시작하다 보면 다양한 미래를 논의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찾아보니 2014년 생활동반자법 초안이 준비됐다는데, 강한 반대로 발의도 못했다고 한다. 짝꿍계약법, 사랑꾼양성제도 같은, 작명 센스를 발휘하여 법안 발의를 다시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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