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지하철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 보니 아직 7월도 안 됐는데 파리는 슬슬 여름 바캉스를 준비하나 보다. 어쩐지 메일에 답도 없고 연락도 안 되고 하더니. 휴가를 위해 사는 사람들답다. 예전에 한 프랑스인이 내게 너넨 진짜 여름휴가가 5일 정도인 게 맞냐라고 물었다. 난 맞다고 하면서 앞 뒤 주말을 붙이면 최대 9일이 되는데, 그 정도면 어지간한 곳은 다 여행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마치 평생 맥도널드만 먹고사는 사람을 본 것처럼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살 수 있냐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1주일로 어떻게 1년의 피로를 풀 수 있냐며 놀라길래, 난 우리도 설날, 추석 연휴도 있고 연차도 더 있다고 반박했다. 말하다 보니 우리가 너무 후진국처럼 묘사되는 게 싫어 우기긴 했지만, 짧게는 3주 길게는 2달씩 쉬는 이 사람들이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설날 추석 연휴 설명하는 나만 초라해질 뿐. 프랑스 사람과 일해야 하는 나만 빼면 모두가 행복한 여름 바캉스 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