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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Trinité d'Estienne d'Orve

by 알스카토


17세 알제리 청년 나엘이 경찰의 총에 숨졌다. 파리 교외지역에서 분노한 시민들의 격한 시위가 시작됐다. 프랑스의 민족 이슈는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 문제와 닮아있다. 억울한 이번 죽음의 부당함은 명명백백하지만, 사건 밑에 깔려있는 콘텍스트는 인권이나 휴머니즘 같은 추상적 단어로 뭉뚱그리기엔 너무나 복잡하다. 프랑스는 1960년대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지탱하기 위해 전 식민지 알제리를 비롯 아프리카의 많은 이민 노동력을 흡수했다. 이민자가 늘어날수록 설국열차의 열차 칸처럼 시민들은 계층화됐고, 사회의 이등 시민이 된 이민자들의 빈곤은 범죄의 가능성을 높였다. 자연스레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마린 르펜 같은 극우 정치인의 발언권이 높아졌다. 프랑스에서 재현된 미국식 악순환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끊어야 할지,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 저녁 걷던, 해질 무렵의 9구 거리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속에선 해결이 쉽지 않은 모순이 계속 썩고 있다. 나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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