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파리 와서 12월 31일 날 출근하는데, 사무실 동료가 절대 차를 갖고 오지 말라고 충고했다. 왜요? 차를 부수거나 태우거든요. 왜요? 12월 31일이잖아요. 엥? 한 해가 끝나는 게 화가 나서 분노를 표출하는 건가, 새 해가 시작돼서 행복을 표현하는 건가. 물론 프랑스 시위에서 종종 차를 부수고 가게 창문을 깬다는 걸 나도 곧 알게 됐다. 12월 31일이라고 차를 태우는 사람들인데, 분노의 시위에선 어떻겠는가. 17세 청년의 죽음에 분노한 시위대는 어제 파리 도심의 상점을 공격했고, 샤틀레의 나이키에선 제품을 약탈했다. 한국 못지않게 정치 이념적으로 나눠진 프랑스는 시위의 양상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우파는 폭력을 두고만 보는 마크롱을 비난했고 좌파는 지금 냉정하라는 말은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마크롱은 늘 그렇듯 설화로 시위대를 자극했다. 오늘 샹젤리제의 상점들은 방어태세를 갖추느라 분주했다. 새로 생긴 가게들은 업체를 불러 판을 크게 벌였지만 샹젤리제의 터줏대감들은 직원 3-4명이 익숙한 동작으로 쇼윈도에 철판을 고정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