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출장 마치고 돌이 오는데 샹젤리제 도로가 차단돼 있고, 성난 군중의 함성이 들렸다. 또 뭔 시위인가 했더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세네갈이 우승을 했다는 거다. 거리는 혼돈 그 자체였고, 일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차에 불을 질렀다. 옆에 있던 동료가 말했다. 그래도 알제리가 우승하지 않은 게 어디예요. 다행이란 표정였다. 모로코가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도 규모는 작았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만약 스즈키컵에서 태국이 우승한 뒤, 태국 이민자들이 광화문과 강남역에 몰려나와 비슷한 광경을 연출했다면 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단순한 이슈가 아니다. 하지만 백인의 나라에서 아시아인으로 사는 나는 지금 만족스러운가. 전혀다. 무례와 불친절을 접할 때마다 내 탓인가 저 꼴통 탓인가를 끊임없이 반문해야 하는 엿같은 상황. 시위대가 외치는 말이 있다. 나엘이 백인 소년이라면 죽지 않았을 거라는. 그리스로 넘어오다 배가 난파된 불법 이민자의 뉴스는 이제 일상이 됐다. 시위가 진정 기미를 보인다지만, 자유 평등 박애의 구호는 다가올 위기 앞에서 여전히 무력하다. 다시 돌아온 파리는 여전히 흐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