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덴은 렘브란트가 태어나 25살까지 살았던 도시다. 매년 7월 초, 레이덴은 도시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활용, 렘브란트 축제를 연다. 거창한 건 아니다. 주민들이 렘브란트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을 입고 관광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진에 포즈를 취해주고, 때론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연기를 동네 어디서든 보여준다. 일부는 렘브란트의 유명 그림, 야경꾼이나 해부학교실 등을 재현한다. 구도심 전체의 풍경이 17세기 스타일로 남아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놀라운 건 도시 전체를 배경으로 하는 주민들의 메서드 연기. 병으로 가족을 잃은 역할의 주민은 하루종일 울고, 술주정뱅이 역할은 계속 사람들과 싸우며, 매춘부는 쉴 새 없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사형수 역할은 하루종일 목이 매달린다. 덕분에 관광객은 17세기 레이덴을 어렴풋하게 체험할 수 있다. 오늘은 축제의 마지막날. 주민들이 관광객을 위한 사진이 아닌, 본인들을 위한 기념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마무리한다. 축제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아직까지도 커뮤니티 행사를 위해 주민들이 모이고, 제각각 역할을 맡아 참여한 뒤, 끝나고 즐겁게 뒤풀이를 하는 분위기가 부러웠다. 경제적 여유가 만들어준 도시의 문화적 품격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