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파리답게 만드는 오스만식 주택은 안에 들어가서 보면 밖에서 상상했던 것만큼 인상적이다. 190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나름 신식 주택도 내부는 충분히 고풍스럽다. 영화에서 접한 유럽식 저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지 선배들은 경고했다. 보기만 좋지, 막상 살기엔 불편할 거라고. 실제로 집 구하기 전 머물렀던 유럽식 주택은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고 화장실이 좁은 게 우리 스타일이 아녔다. 하지만 일하면서 가끔 프랑스식 집에 가면 마치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들어 예전에 갖고 있던 환상이 되살아난다. 이번에 방문한 모네의 증손자이자 미술평론가 피게 씨의 집 역시 공간 구획은 비효율적이었지만, 워낙 아기자기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어서 근사했다. 금요일마다 지식인들을 불러 와인을 마시며 예술과 인생을 논할 것 같은 분위기. 거창한 미술작품 사이, 책꽂이에 무성의한 듯 놓여있는, 모네의 딸이자 피게 씨의 어머니가 그려진 엽서를 보면, 프랑스 인테리어의 매력은 삶과 연계된 디테일이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