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가장 큰 국경일 준비로 파리 도심이 어수선하다. 공연과 대규모 불꽃놀이가 펼쳐질 상드마르스 광장은 그중에서도 제일 분주하다. 벌써부터 공원 내 입장을 펜스로 막아놨다. 회사 선배는 작년 상드마르스로 가족을 데리고 불꽃놀이 구경 나온 날을 파리 생활의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루로 꼽는다. 아이들의 강력반대로 나갈 엄두도 못 낸 나와 달리, 선배는 자정 무렵 시작되는 쇼를 보기 위해 약 6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어렵게 공원에 입장해 거의 4시간을 기다렸다. 파리 사람들이야 와인 마시며 수다 떠니 4시간이 금방 가겠지만, 목적 지향적인 한국인에게 대기는 늘 고통이다. 그래도 선배가 보여준 불꽃놀이 사진을 보니 올해는 군중포비아 있는 애들을 업고서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오늘부터 정신없는 상드마르스는 피해야겠다. 아, 참고로 상드마르스는 기원전 고대 로마가 이곳에 살던 골족의 일파인 파리시족을 치열한 전투 끝에 전멸시킨 장소다. 전쟁의 신 마르스의 이름을 이곳에 붙인 이유며, 지금까지도 상드마르스에 모인 군중이 쉽게 이성을 잃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