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서 돌아온 파리는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 텅 빈 도시에서 누군가는 일해야 한다. 남들 일할 때 노는 게 특히 꿀맛이듯, 남들 놀 때 일하는 것만큼 고역이 없다. 2000년대 중반 파리시는 휴가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센강에 인공 비치, 파리 해수욕장을 설치했다. 수영도, 토플리스 선탠도 못하는 반쪽자리 해수욕장을 굳이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1년 여름휴가를 5일 가는 국민에게 휴가란 가면 좋지만 못 가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1년에 최소 한 달은 쉬는 휴가의 민족에게 바캉스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휴가를 못 가는 게 우리에겐 불완전한 삶이라면, 프랑스인에겐 불가능한 삶이다. 결국 파리 해수욕장인 파리 플라주 Paris Plage는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생필품인 셈. 역시나 파리 플라주는 기대보다 반응이 뜨거웠고, 파리 센강 전역으로 확장됐다. 라빌레트 공원엔 정수 처리한 수영 가능 공간도 생겼다. 처음 왔을 땐, 여름이 되면 잠시 멈추는 사회가 몹시 불편했지만, 지금은 나도 그 멈춤에 동참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