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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01. 2023

0731@Grand Palais immersif


사람의 인생은 계획에서 벗어나기 일쑤이고, 체코의 화가 알폰소 무하 Alphonse Mucha의 인생도 그랬다. 화가가 되기 위해 파리에 왔지만, 생계를 위해 인쇄소에서 알바를 하던 중 우연히 당대 최고 스타 사라 베르나르 Sarah Bernhardt 영화의 포스터를 대타로 제작하고, 무하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다. 이후 그는 영화 포스터, 상업 광고, 장식물 등 파리 상업 예술의 지배자가 되어,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러스트 디자인을 쏟아냈다. 본인은 종종 '대중을 위한 예술'의 만족을 드러냈지만, 장뤽 고다르를 꿈꾸는 영화학도가 광고의 제왕이 된들 진정 만족스러웠을까. 체코의 애국자였던 무하는 결국 억눌린 예술열을 슬라브 서사시라는 연작 작품으로 풀어내는데,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음은 물론, 지금의 시선에도 자동 애니메이션화 앱을 돌린 것처럼 특색이 없다. 물론 무하는 행복했다. 결괴적으로 퐁피두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을 만들지 못했지만, 그는 현대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 게 아닌, 잘하는 걸 해야 하는 건가. 애초 포스터 목적으로 제작한 그의 작품은 원본의 의미가 없으며,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파리의 전시관도 그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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