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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03. 2023

0802@Musée d'Orsay


오르세 미술관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은 인상주의 작품을 보기 위해 5층으로 먼저 간다. 입구엔 인상주의 작가들이 마네에 보내는 헌사 작품이 걸려있다. 마네가 현대회화의 문을 열었단 점에서 적합한 큐레이션인데, 그 누구도 그 그림의 화가는 기억하지 않는다. 팡탱 라투르 Fantin-Latour. 쿠르베와 인상파를 다 좋아했던 그의 작품 중 오르세에 남아있는 작품은 전부 남성 잡지 연말 특집호 단체 사진 같은 것들 뿐이다. 관람객은 그림 속 실제 인물의 이름만 찾을 뿐 누구도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지만, 그도 화가인데 예술가적 공명심이 없었겠는가. 이런 단체 사진을 그리면서도 모델이 된 위대한 예술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을 남기고 싶었을 게다. 마네에 이어 들라크루아를 경배하기 위한 단체 초상화를 의뢰받은 그는 이번엔 자신의 욕망을 대담하게(소심하게) 드러냈다. 그림 속에 자신의 모습을, 그것도 가장 잘 보이는 방식(흰 옷 입은 인물)으로 집어넣은 것. 후에 주문자들에게 어떤 잔소리를 들었을진 모르겠지만, 난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비상하고 싶었지만 재능의 부에 발목 잡힌 젊은 예술가를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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