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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Musée d'Orsay

by 알스카토


오르세 미술관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은 인상주의 작품을 보기 위해 5층으로 먼저 간다. 입구엔 인상주의 작가들이 마네에 보내는 헌사 작품이 걸려있다. 마네가 현대회화의 문을 열었단 점에서 적합한 큐레이션인데, 그 누구도 그 그림의 화가는 기억하지 않는다. 팡탱 라투르 Fantin-Latour. 쿠르베와 인상파를 다 좋아했던 그의 작품 중 오르세에 남아있는 작품은 전부 남성 잡지 연말 특집호 단체 사진 같은 것들 뿐이다. 관람객은 그림 속 실제 인물의 이름만 찾을 뿐 누구도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지만, 그도 화가인데 예술가적 공명심이 없었겠는가. 이런 단체 사진을 그리면서도 모델이 된 위대한 예술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을 남기고 싶었을 게다. 마네에 이어 들라크루아를 경배하기 위한 단체 초상화를 의뢰받은 그는 이번엔 자신의 욕망을 대담하게(소심하게) 드러냈다. 그림 속에 자신의 모습을, 그것도 가장 잘 보이는 방식(흰 옷 입은 인물)으로 집어넣은 것. 후에 주문자들에게 어떤 잔소리를 들었을진 모르겠지만, 난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비상하고 싶었지만 재능의 부족에 발목 잡힌 젊은 예술가를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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