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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17. 2023

0816@Plage de Pentrez


브르타뉴의 원래 날씨 탓인지,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인지 해수욕을 하기엔 추웠다. 해가 떴지만 바람이 강해서 얇은 재킷이 필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변가가 그렇듯, 물이 빠졌을 때 간단한 채집 행위가 가능했고, 애들은 환장했다. 실제 찾아보니 인근 크호종Crozon 반도는 Pêche à Pied라는, 우리로 치면 갯벌 체험 같은 걸어 다니며 하는 낚시가 유명한 곳이었다. 물론 아무리 못 움직이는 조개라지만, 초행길 외국인에게 잡힐 정도로 어설프진 않았고, 애들은 간조시간을 노려 다시 출격하기로 결정했다. 물이 완전히 빠지는 시간을 확인하니 거의 자정. 너무 늦다며 애들을 설득했지만 허탕 친 어린 어부들의 욕망을 꺾긴 힘들었다. 예전부터 감귤을 따거나 조개를 채취하는 중노동을 체험이란 명분으로 돈 내고 할 때, 왜 돈 받고 해야 할 일을 돈 내고 하고 있는가 의문이었지만, 일과 놀이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한 법. 결국 애들은 망둥어와 작은 물고기, 주먹 크기의 게와 작은 조개를 잡고 행복해했다. 해가 저무는 탁 트인 백사장 하늘은 태어나서 본 노을 중 가장 붉었고, 애들한테 끌려 나온 덕에 나도 황홀한 경험을 했다. 모두에게 완벽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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