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부터 애들이 나들이가자고 성화다. 집돌이들이 왜 이러나. 알고 보니 아빠 없이 간 루아르강 여행 중 들른 클로 루체 Cllos-Lucé 성(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망한 장소로 유명한 성)에서 우연히 벽 도마뱀을 잡은 것. 도마뱀 집, 흙, 돌 등 사육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했지만, 레오라 이름 붙여준 도마뱀은 죽고 말았다. 그 뒤로 오래된 건물, 무덤 등으로 놀러 가지고 난리가 난 것. 생명은 소중하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자 따위의 훈계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번엔 실수 없이 제대로 키워보겠다는데 그 진지한 표정에 나도 마음이 흔들렸다. 물론 아빠의 허락은 첫 관문일 뿐, 진짜 도전은 포획이다. 그 빠른 도마뱀을 어찌 잡겠는가. 첫 번째 목적지는 고흐의 무덤이 있는 오베르쉬아즈. 너무 일찍 와서인지, 떨어진 기온 때문인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레오도 성에서 만났으니 인근 샤또로 가보자고 제안하며 난 성 구경 기회를 포착했다. 40분 떨어진 샹티이 Chanrilly 성으로 향했고, 난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샹티이 성은 부지는 넓었으나 건물은 단출했고, 도마뱀이 살 것 같은 환경이 전혀 아녔다. 아이들은 뒤늦게 아빠에게 이용당한 걸 깨닫고 격분했다. 아이들의 분노를 달래고 다시 오베르쉬아즈 고흐무덤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해가 뜨고 기온이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