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처음 와서 분위기 좋은 보주 광장에 앉아 파리지엔처럼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었던 날, 처음으로 벤치 아래서 파리쥐의 환영을 받았다. 쥐는 마치 내 반려동물인양, 떨어진 바게트 부스러기를 발밑에서 편안하게 먹고 있었고 난 충격에 바로 공원을 나왔다. 더 끔찍한 일은 작년 가을에 벌어졌다. 쥐가 집에 나타난 것. 한밤중 쥐와 조우한 아내는 테이프로 집안 구석구석을 막았고, 쥐 퇴치 약과 도구를 미친 듯이 샀다. 그럼에도 쥐 노이로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한 내게 한 선배는 멧돼지 퇴치기를 소개해줬는데 찾아보니 인간도 퇴치할 정도로 강력한 소음을 발사하는 도구였다. 프랑스스럽게 쥐 침입 5주 뒤에나 등장한 쥐 전문가는 그래도 숙련된 태도로 쥐구멍을 막았고, 더 이상 쥐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온과 습도가 환상적이었던 어제 상드마르스 공원의 밤하늘은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에펠탑 앞에서 연인들은 다들 사랑 놀이하느라 정신없었다. 하지만 내 눈은 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쥐를 향해있었다. 입에 빵을 문 건지 자기 몸만 한 뭔가를 물고 유유히 공원을 활보하는 쥐 실루엣을 보며, 과연 파리는 암내 나는 꽃미남, 구취가 지독한 미녀 같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