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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Memorial for Murdered Jew

Berlin

by 알스카토


독일에선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소유만 하고 있어도 처벌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70년대 국가보안법으로 이적 서적을 금지했던 식인 건데 사상적 자유를 중시하는 독일의 지적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이들이 2차 대전의 기억에 얼마나 예민한지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선 어디서든 히틀러의 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하니 다들 놀라는 분위기다. 베를린 중심부에 대규모로 조성된,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빌딩 하나를 올릴 수 있을 규모의 터에 조성된 이곳은 단순한 감상 장소가 아닌 체험의 공간이다. 2,711개의 균질한 직육면체 돌 비석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바닥이 오르락내리락, 굴곡된 지형이고, 돌의 사이즈도 제각각이다. 이 조형물을 만든 작가는 이성과 균형이 지배하는 질서의 세계가 사실은 불안정한 무질서의 세계임을 경험했을 때 느껴지는 공포와 혼란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과연 그렇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답답함, 가라앉는듯한 공포가 느껴진다. 예술 작품을 통해, 당시 유대인이 느꼈을 공포와 당혹감의 체험을 선사하는 진정성. 이것이 베를린이란 도시를 가장 매혹적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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