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훈련 같은 방학을 끝내고 아내는 아이들의 등교 사진을 찍어 해방을 자축했다. 사진 속 가방을 든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사실 아이들은 파리에 처음 와 등교하는 날에도 표정은 밝았다. 이번 사진이나 2년 전 사진이나 다를 바 없었음에도 뭔가 짠한 감정이 몰려왔다. 애들이 부쩍 자라서만은 아녔다. 사진을 보는 내 감정이 달라져있었던 게 이유였다. 2년 전 아이들은 웃으며 등교했지만 그 모습을 보던 난 당시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모든 게 서툴렀고. 그 서투름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빠른 적응을 갈구하고 있었다. 마음에 여유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아이들의 개학 등교 사진을 편안하게 보고 있자니, 그래도 시간이 흘렀구나, 힘든 시간도 이렇게 지나갔구나 싶어 감정이 미묘해졌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했던 시절의 유일한 위안은 조깅이었고 파리의 풍경이었다. 길도 못 찾으면서 뛰다 사진 찍다를 반복했다. 오늘 문득 파리의 아름다움을 무심히 지나치며 달리기에 집중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처음 왔던 때의 기분을 되살려보려 파리 풍경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