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가 찜통이라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다는데, 사실 학교 탓을 하긴 어렵다. 왜냐면 지금은 9월이고 보통 9월에 기대하는 날씨는 이런 무더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8월 말 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가며 이렇게 또 한 계절이 바뀌는구나 했는데 이번주 내내 30도를 웃도는 7말 8초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 없이 이런 열대야를 견디다 보니 자다 깨다를 반복 한다. 처음 왔을 때보다 봄도 늦게 오고, 8월 내내 선선하더니, 9월에 폭염이 이어지는 건 기후변화의 징조일까, 아니면 날씨에 내재한 보편적인 변덕일까. 폭염으로 고생하던 이탈리아와 스위스엔 얼마 전 눈이 내렸고, 스페인과 그리스에선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프랑스는 연일 올해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 단순한 날씨 변덕이라고 보기엔 너무 괴이한 현상들 아닌가. 무더위 때문에 파리의 유서 깊은 월러스 음수대 앞에 관광객이 길게 늘어서있다. 여행 가면 물 조심해야 한다고, 특히 수돗물 위생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은 보이지 않지만. 일기예보를 보니 주말 더위가 정점을 찍고 다음 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파리에서 에어컨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